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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려의 흥부가, 기가 막힌 완창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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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려의 흥부가, 기가 막힌 완창 무대

입력
2014.11.2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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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자 선정 후 세 번째 완창...12월 3일 민속극장 풍류서

강길려씨는 “흥이 오르면 추임새를 하지만 관객은 결국 냉정한 존재”라며 “관객의 요구에 대한 답은 결국 많은 연습”이라고 말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강길려씨는 “흥이 오르면 추임새를 하지만 관객은 결국 냉정한 존재”라며 “관객의 요구에 대한 답은 결국 많은 연습”이라고 말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흥부가 이 말을 듣고 기가 막혀….”

유행가 가사로도 차용돼 한 때 관심을 받았던 ‘흥부가’의 한 구절이다. 전체를 다 부르자면 두 시간은 족히 걸리는 이 판소리의 완창 공연에 강길려(59ㆍ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지도단원)씨가 나선다. 12월 3일 민속극장 풍류에서 펼쳐지는 한농선제 ‘흥부가’ 공연은 강씨가 1988년 이수자로 지정된 뒤 마련한 세 번째 완창 마당이다. 여성의 ‘흥부가’ 완창은 드문 편이다. 강씨는 김정문?박록주?한농선으로 이어지는 동편제 ‘흥부가’의 맥을 이어받고 있다.

그는 동편제 ‘흥부가’를 두 차례 완창하고 4월에는 단 한번 녹음(원 테이크)으로 두 장짜리 음반 ‘흥부가’(이즘레코드)를 완성했다. 그래서 여창 ‘흥부가’의 계보로 보자면 그의 동편제는 박초월의 서편제에 필적한다.

강씨는 1997년 한 해에 제7회 전국가야금경연대회와 제4회 전국판소리명창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전북 남원의 판소리ㆍ가야금 병창 집안의 딸인 그에게는 자신 못지 않은 재주를 지닌 언니가 있다. 언니 정숙(62)씨는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 병창(박귀희류) 및 산조(서공철류) 기능 보유자이고 8년 전 세상을 떠난 큰 언니 문숙씨는 판소리로 대통령상을 받았다. 고향에서 살고 있는 어머니 정기순(89)씨는 딸들을 명인으로 키운 공을 인정받아 나라가 주는 ‘장한 어머니상’을 받기도 했다.

목소리의 톤이 높아 핸드폰의 피아노 소리에 키를 맞춘다는 강씨는 “가볍게 목을 푼 다음 2~4시간은 연습을 해야 목이 살아난다”며 “노래를 하루만 하지 않아도 목에 가시가 돋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요즘은 판소리 완창 무대가 거의 없고 완창을 해도 수고했다는 한 마디만 던질 뿐 그 흔한 앙코르 요청도 없다”면서도 객석과 내면 깊이 통하는 언어별전의 시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무대에 오르는 것이 좋다고 한다.

“국창 임방울과 호형호제하며 한량의 풍류를 즐기시던 아버님을 뒷바라지 하느라 어머니가 고생을 많이 했다”는 언니 정숙씨는 자신이 주인공이 아니라며 끝내 카메라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한 마디. “우리 시대는 판소리, 춤, 노래, 가야금 연주, 병창까지 해야 했다”며 “동생이 보다 간결하고 섬세하고 예쁘고 여성스럽다”고 했다.

이번 무대는 인간문화재 판소리고법 보유자이자 국립국악원의 오랜 동료인 김청만씨와 함께 만들기 때문에 더욱 미덥다. 1990년 우면당과 예악당을 뒤집어지게 만든 김청만?강길려 짝패가 돌아온 것이다. 강길려씨는 “일청중, 이고수, 삼명창이라는데…”라면서 “(김청만 고수는) 약주를 즐겨도 술 잡숫고는 절대 북을 안 든다”고 웃으며 말했다.

강씨는 국립국악원에서 22년째 지도위원으로 있으면서 해외 공연에도 열심이다. 지난해에는 오키나와에서 위안부 추모 무대를 열었다. (02)581-9712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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