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골당에 모여 합동 제사를 지냈다. 제각기 다른 날짜에 돌아가신 분들인데 한날에 제사를 지내는 것이 이쪽의 편의라 좀 이상했지만 형식에 맞춰 제사상을 올리고 절을 두 번씩 했다. 어린 것들도 그대로 따라 하다가 복잡하고 길어진다 싶으니 술 그릇을 엎고, 넘어져 머리를 찧고 하였다. 더 이상 울거나 화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멀리 까마귀 떼가 날았다. 한국에서는 까치가 길조지만 그날은 까마귀 떼도 나쁘지 않았다. 제법 크고 새까맸다. 꽤 많은 수였는데 처음에는 일정한 흐름도 형식도 없이 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가만히 보고 있자니 어떤 리듬 같은 게 느껴졌다. 겨울 하늘에 장엄한 음악이 흐르는 듯하였다. 삶의 저편에서도 까마귀 떼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람을 타는 날개들이 그날은 비약이 아니라 통로처럼 느껴졌다. 철새를 쫓아다니는 사람들의 행보가 좀 이해가 될 듯도 했다. 엎치락뒤치락 인생도, 이리저리 흔들리는 감정들도, 오락가락하는 마음들도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단정하게 정리되지 않지만 어떤 흐름이 있고 가닥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의미를 다 찾을 수는 없겠지만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잠깐씩이라도 눈을 맞춘다. 우리들의 죽음에도 누군가 고개를 숙일 것이다. 항아리 속에 할아버지가 담겨 있다니 어린 것들은 믿을 수가 없다. 뼈를 강아지에게 줄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애들 때문에 또 웃었다.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