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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시울 촉촉 두 영화가 묻는다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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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시울 촉촉 두 영화가 묻는다 "어떻게 살 것인가"

입력
2014.11.2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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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중 한 장면. 대명문화공장 제공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중 한 장면. 대명문화공장 제공

죽음은 인간이 영원히 풀 수 없는 미스터리다. 죽음 앞에선 어떤 철학도 무용지물이 된다. 죽음이란 언어가 닿을 수 없는 곳에 존재하는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27일 개봉하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내달 4일 개봉하는 ‘목숨’은 그래서 언어 대신 얼굴로 죽음을 말한다. 죽음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는 얼굴을 응시하는 두 편의 다큐멘터리는 실제의 모습을 담았기에 더욱 절절하게 폐부를 찌른다. 죽어가는 사람의 표정과 마주하는 건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지만 역설적으로 그 안에서 우리는 삶과 사랑을 다시 보게 된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눈물과 감탄 없이 볼 수 없는 영화다. 76년간 처음 연애하듯 사랑해온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와 89세 강계열 할머니가 강원도 횡성의 작은 마을에서 함께하는 마지막 1년 4개월을 따라간다. 스물세 살에 데릴사위로 들어가 열네 살의 아내를 맞은 뒤 한평생을 아껴 온 조병만 할아버지는 장난꾸러기 소년 같은 낭만주의자다.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수줍고 귀여운 미소를 간직하고 있는 강계열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함께 ‘커플 룩’ 한복을 입고 외출하는 걸 좋아하는 소녀 같은 멋쟁이다.

노부부는 사춘기 연인처럼 유치하면서도 싱그러운 사랑을 나눈다. 빗자루로 낙엽을 쓰는 할머니에게 낙엽더미를 던지고 개울가에서 채소를 씻는 할머니 옆으로 돌을 던져 물이 튀게 하다가도 꽃을 따서 할머니 귀에 꽂아주고 늦은 밤 화장실에서 무섭다고 하는 할머니를 위해 노래를 불러준다. 아들과 딸이 부모를 보살피는 문제로 싸울 땐 엄연한 현실이 끼어들지만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을 만드는 모습만큼은 하이틴 로맨스의 한 장면 같다.

KBS ‘인간극장’과 ‘SBS 스페셜’을 통해 세상에 먼저 알려졌던 노부부의 러브스토리는 시간이 흘러 이 영화에서 이별 이야기로 바뀐다. 할아버지에겐 하필 이 영화를 찍던 시기가 인생에서 한겨울을 맞이한 때였던 것이다. 쉴새 없이 터져 나오는 기침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던 할아버지는 결국 긴 잠에 빠지고 홀로 남은 할머니는 조용히 흐느낀다.

부부가 나누는 순도 100%의 사랑은 진한 감동과 함께 삶과 사랑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권유한다. 수십 년 전 어린 나이에 죽은 자녀들에게 주겠다며 할머니가 내복을 사서 태우는 의식을 행할 땐 삶과 사랑이 죽음 너머까지 미치는 듯하다.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떠나 보내고 무덤 앞에서 흐느끼는 장면에선 눈물을 꾹 참던 관객도 하릴없이 훌쩍거리게 된다.

“고통스런 결혼 실패를 겪은 뒤 진정한 사랑에 대한 탐구가 숙명이었다”는 진모영 감독은 “촬영 초기엔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거라곤 전혀 생각도 못했고 단지 세상 사람들에게 이 부부가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 '목숨' 중 한 장면. 비트윈픽처스 제공.
영화 '목숨' 중 한 장면. 비트윈픽처스 제공.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죽음보다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영화라면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들을 그린 ‘목숨’은 보다 직접적으로 죽음과 마주한다. 이창재 감독은 ‘목숨’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았다. 위암 말기 환자 박수명(45), 담도암 말기 환자 김정자(57), 췌장암 말기 환자 박진우(75) 그리고 후두암에서 식도암으로 전이돼 투병하고 있는 신창열(60). 모두들 하루의 목숨이 남들의 1년만큼 소중한 사람들이다.

초반부터 임종의 현장이라는 정서적 충격을 주는 이 영화는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담담하게 남은 이들의 짧은 여생을 따라간다. 수학 교사였던 박진우씨는 막걸리를 마시고 중식당에서 자장면을 먹으며 행복해한다.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박수명씨는 항암치료에 희망을 걸고 아내, 두 자녀와 함께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감독은 “임종을 앞둔 환자들을 촬영하면서도 그 상황을 나 자신에게 설득하기가 무척 어려웠다”고 윤리적 딜레마를 고백했다.

영화는 평균 생존 기간 21일이라는 호스피스 병동 환자들을 통해 삶의 양이 아닌 질에 대해 묻는다. 박수명씨는 “평생 건강하게 살았다면 깨닫지 못했을 걸 지금 깨닫는다”며 “내게서 큰 것을 빼앗아갔지만 그에 못지않은 더 큰 것을 줬다”고 말한다. 한때 자살까지 생각했으며 신에 대해 확신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신학생 정민영씨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실습 후 다시 세상 속으로 뛰어든다.

죽음을 끌어안은 사람, 죽음을 지켜보는 사람, 죽음의 근처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의 얼굴은 세상의 어떤 언어로도 표현하기 힘든 실존적인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답은 아이러니하게도 각자의 삶에 있다. 또는 아직 살아 있는 너와 나의 삶 사이 그 어딘가에.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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