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예방·안전 알리미 등 빅데이터 활용 공익 아이디어로 '데이터톤' 대회 입상한 대학생들
"전문가의 전유물 아닌 빅데이터, 누구든 의미있는 연구 가능"
‘전염병 확산에 좀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는 없을까?’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생 한윤창(28)씨와 김예경(25ㆍ여)씨는 최근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 파장을 지켜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궁리 끝에 이들이 찾은 방법은 ‘빅데이터(Big data) 분석’. 디지털 환경에서 빠른 속도로 방대하게 생성되는 데이터라면 전염병 발생과 확산을 예측하는 실마리를 줄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두 사람은 곧바로 연구에 필요한 빅데이터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우선 질병관리본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환자 진료내역을 활용한 눈병, 감기 등 전염성 질병 발생추이를 가장 핵심적인 기초 자료로 삼기로 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람들이 질병을 언급한 메시지 데이터를 교차 분석하면 의료기관이 반영하지 못한 환자 발생 현황까지 추산해 보다 완벽한 질병 발생 추이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 두 가지 분석 결과를 통해 주간 단위로 ‘전염병 주의보’를 발령하자는 게 이번 연구의 핵심 아이디어다.
빅데이터의 효용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기상청의 온도 및 습도 데이터를 참조하면 질병과 날씨의 연관성을 밝힐 수 있고, 교통안전공단의 데이터로 실시간 유동인구와 밀집지역을 파악해 전염병 발생시 사람들이 많이 몰린 곳을 피하라는 경보도 내릴 수 있다. 한윤창씨는 “아직 아이디어 수준이지만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개발사나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힘을 합쳐 널리 공유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업들이 광고나 마케팅 등에 주로 활용했던 빅데이터를 공익을 위해 사용하자는 의미 있는 움직임이 대학가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이 지난해에 이어 이달 초 두 번째로 개최한 ‘데이터톤(Datathon)’ 행사에는 전국 대학 20개팀(53명)이 참가해 저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데이터톤은 빅데이터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하루 종일 마라톤 하듯 논의해보자는 의미다.
올해 대상은 서울과학기술대 대학원생 서동민(27) 이강혁(26) 이재후(26)씨가 지역별 범죄통계 데이터와 스마트폰 GPS 시스템을 활용해 제시한 ‘심야시간 안전지역 알리미 서비스’였다. 한씨와 김씨의 ‘전염성 질병 확산 최소화를 위한 예방 시스템’은 대회 2위인 최우수상을 받았다.
우수상을 받은 서울대 산업공학과 2학년 김준영(19) 노태원(18)씨는 ‘정작 쓰레기가 많은 곳에는 왜 쓰레기통이 없을까’라는 문제의식으로 출발해 ‘생활방식을 고려한 길거리 쓰레기통 설치법’을 제안했다. 통계청의 지역별 쓰레기 수거량과 서울시 열린 데이터 광장의 상권 정보를 비교해 쓰레기 발생 확률이 높은 곳을 추산, 실제 지역에 대입하면 가장 효과적인 쓰레기통 설치지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노씨는 “길거리에 쌓이는 쓰레기를 최소화하면 수거 비용이 줄어 지방세 절약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같은 학과 신수연(20ㆍ여) 이지선(20ㆍ여) 이주용(19)씨는 ‘개인별 맞춤 창업정보 지원 시스템’을 고안해 장려상을 받았다. 창업을 하려는 사람이 투자 규모와 입지만 입력하면 공공데이터를 분석해 창업할 곳 주변의 업종 현황, 유동인구 특성 등을 고려해 적합한 업종을 추천해주는 것이다. 신씨는 “은퇴 후 너도 나도 치킨집을 차려 함께 망하는 비극을 막으려면 정보를 활용해 업종을 차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데이터가 넘치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 자체보다 데이터를 어디에 적용할 것인지 결정하는 구체적 활용 방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예경씨는 “빅데이터라고 하면 흔히 공학, 통계학 등 전문가의 전유물 같지만 일반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분석기술은 많다”면서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누구든 의미 있는 빅데이터 연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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