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키우는 기재부.. 명분은 그럴 듯한데
기획재정부가 전담 국(局)을 신설해 재정건전성 악화 문제에 대처하기로 했다. 구조 개혁과 안전 예산을 담당하는 과(課)도 새로 만들 예정이다. 신설되는 조직이 담당하게 될 역할이 하나 하나 중요하긴 하지만, ‘실세 부총리’를 등에 업고 조직의 덩치를 키우는 게 주 목적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기재부는 행정자치부(옛 안전행정부)와 협의해 재정기획국을 신설하고 경제정책국과 예산실에 각각 거시경제전략과, 안전예산과를 새로 두는 등 기재부 안에 1국 4과를 신설하기로 잠정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따라 기재부에는 국장급 1명과 과장급 4명 등 공무원 22명의 자리가 새로 생기게 됐다. 현재 3실ㆍ9국 체제는 3실ㆍ10국 체제로 바뀌게 된다.
재정기획국은 재정기획총괄과, 재정건전성관리과, 중기재정전략과, 재정분석과 4과로 구성되는데 이 중 2개과(재정건전성관리과, 중기재정전략과)가 새로 만들어진다. 확장적인 재정정책과 늘어나는 복지 수요, 그리고 이에 따른 만성적 세수 부족에서 비롯된 재정건전성 악화 문제를 전담해서 담당할 조직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경제정책국에 새로 만들어지는 거시경제전략과는 통일 관련 경제정책과 중장기 구조 개혁을 담당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을 구체화하는 동시 경제개발3개년 계획 등을 실천하는 역할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예산실에 새로 만들어지는 안전예산과 역시 세월호 참사 이후 커진 안전예산 수요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재정 건전성, 통일 정책, 구조 개혁, 안전 예산 등 조직 신설의 명분은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법 도출을 위해 반드시 조직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지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건전성 악화의 근본 원인은 정부가 예산을 더 쓰기 위해 의도적으로 세수 추계를 낙관적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라며 “전담 조직이 없어서 적자 재정이 생겼다고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럴 듯한 명분을 내세워 조직 규모를 키워 인사 숨통을 틔우려는 목적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라는 실세 수장의 막강한 힘이 조직 확대로 이어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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