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국일보 문화부에서 출판 담당 기자로 일하던 2002년 3월에 처음 읽었다. 책에서 거창한 사회적 메시지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그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 읽고 또 읽었다. 그래서 이 책은 이제껏 가장 여러 번 읽은 책 중 하나가 됐다.
이 책 ‘심산의 마운틴 오딧세이’는 시도 쓰고 소설도 쓰지만 시나리오 작가로 더 유명한 심산이 산과 산악인을 주제로 한 에세이, 자서전, 보고서, 소설, 시집 등 산악도서 22권의 중요 내용을 뽑고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보탠 것이다.
‘심산의 마운틴 오딧세이’가 다루는 산악도서 한 권 한 권에는 극적이거나 쾌활하거나 죽음의 공포를 훌훌 넘기는 대범한 이야기가 있다. 가령 인도 북부를 트레킹하다 아름다운 만년설 봉우리 난다데비를 발견하고는 딸 이름을 난다데비로 지은 미국 등반가 윌리 언솔드가 스물여섯 살 생일을 맞은 딸과 함께 그 산에 갔다가 그곳에서 딸을 잃은 슬픈 사연이나, 5척 단신의 왜소한 체격으로 인류 최초로 5대륙 최고봉에 오른 일본인 우에무라 나오미의 유쾌한 모험기나, 남이 닦아놓은 쉬운 루트를 피하고 자기만의 어려운 루트를 찾아 산을 오른 머메리의 모험이나, 한 겨울에 부산의 금정산에서 강원도 진부령까지 단독종주한 남난희의 눈물 겨운 종주산행기나, 자신이라도 살기 위해 저 아래 로프에 매달린 친구를 외면하고 끝내 칼로 그 줄을 끊은 사이먼 예이츠의 비정한 결단이나,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K2에서 실종된 엄마의 죽음을 이해하도록 아이들을 그 산에 데려간 짠한 이야기는 읽는 내내 비장함과 긴장과 감동을 준다.
저자는 시나리오 작가답게 등장 인물의 캐릭터를 극대화하고 그들이 경험한 사건을 극화해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그 재미에 빠진 기자는 저자와 몇 차례 만나 산과 영화 등에 대해 이야기했고 책의 내용과 저자에게서 들은 단편적인 이야기를 부풀려 회사에서 산에 대해 약간 아는듯한 행세를 했다. 저자는 기자와 만났다는 이유로 2006년 한국일보에 ‘산 그리고 사람’이라는 연재물을 쓰기도 했다.
책이 소개하는 산악인은 대부분 극한의 상황에 놓여 더러는 목숨을 잃고 더러는 몸을 다쳤다. 산에 문외한이거나 의미를 두지 못하는 사람은 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산에 오르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고 위험에 도전하는 그들의 모험 정신은 높이 살 수 있지만 그것이 목숨까지 바칠만한 일인지는 알지 못한다. 그러니 그들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산에 오르는 이유에 대한 대답도 사실은 없다. 그러나 그들이 공감하든 하지 않든 이 책은 목숨까지 걸며 산에 오르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히 보여준다.
박광희 문화부장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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