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 시스템에도 자연과 유사한 현상이 벌어지는 게 흥미롭다. 회오리바람이나 토네이도는 현상의 양태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상승과 하강기류, 차가운 공기와 더운 공기의 충돌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 통화시장에도 비슷한 현상이 종종 나타난다. 글로벌 통화시장에서 주요 기류를 형성하는 달러와 유로, 엔 등의 가격이 상승과 하강의 상반된 기류를 거세게 탈 때 토네이도 같은 격렬한 난기류가 형성된다. 자연현상처럼 괴멸적 피해를 일으킴은 물론이다.
▦ 요즘 글로벌 통화시장에도 강력한 토네이도가 형성된 상태다. 미국 달러 가치는 양적완화 종료와 금리인상 분위기를 타고 급상승하면서 ‘슈퍼달러’라는 용어까지 등장한 상태다. 반면 뚜렷한 경기회복세가 나타난 미국과 달리, 유럽연합(EU)과 일본은 최근에도 잇달아 추가 양적완화에 나서는 등 여전히 경기회복을 위한 ‘돈 풀기’를 이어가면서 유로와 엔의 가치도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다. 요컨대 달러의 강력한 상승기류와 엔ㆍ유로의 하강기류가 충돌하면서 거대한 회오리가 일고 있는 것이다.
▦ 통화시장의 토네이도는 글로벌 투자자금과 무역의 흐름을 뒤틀어 곳곳에 재해를 일으킨다. 우선 달러 강세와 미국 금리 상승은 채권이나 주식 등 미국 금융자산의 가치를 밀어 올린다. 따라서 마치 말단모세혈관까지 퍼져 있던 신체의 혈액이 다시 심장으로 모여들 듯, 세계 각지로 분산돼 있던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모여든다. 그 과정은 쏠림 현상을 강화하는 시장심리까지 작용하면서 생각보다 훨씬 격렬하게 진행된다. 미국의 연쇄 금리인상과 강(强)달러로 1995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투자자금의 거대한 역류는 멕시코와 아시아에 연쇄 금융위기를 일으켰을 정도다.
▦ 우리나라의 경우 토네이도의 피해는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동차나 철강, 조선 등 일본과의 주요 경합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 급락에 따른 실물경제 타격이 더 큰 문제다. 코스피가 지수 1,900선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도 외국인 이탈에 더해 기업 수익전망이 날이 갈수록 암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G20 정상회의에서 선진국들의 이기적인 통화정책을 직설적으로 비판하기도 했지만 엔ㆍ달러 토네이도는 좀처럼 잦아들 것 같지 않아 걱정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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