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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식사라면 유튜브는 맛있는 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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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식사라면 유튜브는 맛있는 간식"

입력
2014.11.2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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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방송 사업가 속속 나타나… V로거 연 5억대 수입, "방송의 규칙 새로 쓴다" 평가

기존 유명인에게도 매력적… "TV에선 불가능한 소통 가능"

영국 노르위치에 거주하는 V로거 샘 채프먼, 닉 채프먼 자매는 동영상 전문 사이트 유튜브에 미용전문 채널을 운영하며 명성과 부를 쌓고 있다. 유튜브 홈페이지 캡처
영국 노르위치에 거주하는 V로거 샘 채프먼, 닉 채프먼 자매는 동영상 전문 사이트 유튜브에 미용전문 채널을 운영하며 명성과 부를 쌓고 있다. 유튜브 홈페이지 캡처

영국 동부 도시 노르위치 출신의 샘 채프먼, 닉 채프먼 자매는 동영상전문 사이트 ‘유튜브’가 배출한 스타 V로거(Video와 Blogger를 합성한 신조어로 개별적으로 영상을 제작해 온라인에 게시하는 사람을 가리킨다)다. ‘픽시우’라는 애칭을 지닌 이 자매의 유명세는 의도치 않게 시작됐다. 유튜브 사이트를 떠돌다 스모키 화장법을 알고 싶다는 한 네티즌의 요청을 받은 뒤부터다. 자매는 말로 설명하기보다 화장법을 촬영해서 보여주면 훨씬 더 쉽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들이 만든 동영상은 유튜브에 게시되자마자 클릭이 몰렸다.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본 동영상 5위권에 금세 진입했다. 채프먼 자매는 유튜브에 미용 전문 채널을 개설했고 170만명이 그들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채프먼 자매는 최근 아예 화장품 용품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았다.

미용상품과 생활용품에 대한 품평 동영상을 유튜브에 주기적으로 올리는 조엘라도 스타 V로거다. 전세계 유튜브 사용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보니 그의 동영상에는 광고가 따라 붙는다. 지난해만 30만파운드(약 5억2,000만원)를 벌었다. 생활용품 거대 기업 유니레버의 홍보 대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조엘라는 얼마 전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 두 권을 출간하기 위해 영국 유명 출판사 펭귄과 5만파운드(약 8,700만원)에 계약을 마치기도 했다. 조엘라의 개인 방송 채널 가입자는 650만명이다.

채프먼 자매나 조엘라는 방송 기획자이자 방송작가이고 프로듀서이며 출연자이기도 하다. 이들은 딱히 방송 시설도 없이 ‘개인 방송국’을 운영하며 유튜브라는 기회의 땅에서 부를 일구고 있다. 유튜브가 기존 거대 방송산업에 도전장을 내미는 개인 방송사업가들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유튜브가 방송의 규칙을 새롭게 써가고 있다며 최근 심층 보도했다. 초창기 우스꽝스럽거나 별난 동영상이 주로 모여있고 사업성이 불투명하다고 여겨졌던 유튜브가 기존 방송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게임 해설방송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나동현(별명 대도서관)씨는 억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국내 대표적인 V로거다.
유튜브에서 게임 해설방송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나동현(별명 대도서관)씨는 억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국내 대표적인 V로거다.

V로거가 개인 방송 사업자가 변신하며 돈을 벌자 이들을 관리해주는 회사도 등장했다. 영국 런던에 사무실을 둔 글림이 대표적이다. 글림은 채프먼 자매와 조엘라 등 영국 스타 V로거 다수와 계약을 맺고 있다. 글림은 V로거와 기업을 연결한 뒤 후원금을 받아내 이익을 창출한다. 기업의 돈을 받고 동영상에 특정 상품이 노출되도록 하는 일종의 거간꾼 역할을 하고 있다. 새로운 방식의 간접광고(PPL)를 창출해 중개수수료를 벌고 있는 것이다. 글림은 수많은 개인 방송사업자들을 거느린 새로운 형태의 방송사이자 매니지먼트 회사라 할 수 있다. 라디오방송 프로듀서 출신인 글림의 대표 도미닉 스몰스는 “(젊은)V로거들이 오래도록 경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부모 같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힌다. 그는 유튜브를 통한 개인 방송을 아예 “방송의 미래”라고 단언하기도 한다.

아마추어 출신 ‘방송인’의 성공은 주류 방송에서 스타덤에 오른 인물들도 자극하고 있다. 유명 인물들에게도 유튜브는 광대한 사업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명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는 푸드튜브라는 요리 전문 ‘방송국’을 유튜브에 차렸다. 20명의 요리사가 등장해 낮은 제작비로 음식의 모든 것을 가르치고 있다. 올리버는 “TV에선 불가능한 방법으로 팬들과의 소통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유튜브도 개인 방송 사업자들을 적극 후원하고 있다. 이들을 위해 2012년부터 전용 스튜디오를 만들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와 런던 도쿄에 스튜디오가 들어선데 이어 뉴욕 스튜디오도 건립 중이다. 5,000명 이상 가입한 채널을 운영 중인 V로거라면 공짜로 스튜디오 사용이 가능하다. 유튜브가 개인 방송 사업자들의 동영상 제작을 북돋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개인 방송 사업자들의 광고 수입 중 45%를 가져간다.

개인 방송을 발판으로 유튜브의 광고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고 하나 방송 시장과 비교하면 아직은 미미하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텔레비전 회사들의 전체 광고 수입은 660억달러(약 73조5,000억원)였다. 경제분석가들은 유튜브의 올해 전세계 광고 매출이 30억~50억달러(약 5조5,700만원)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유튜브 광고의 경우 건너뛰기를 하는 네티즌이 많아 사업성이 밝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개인 방송 사업자들이 기업의 협찬을 받아 동영상을 만드니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유튜브를 매개로 한 개인 방송사업의 앞날을 낙관하는 견해가 다수다. 영국 예술위원회 회장 피터 바자글레트는 “식사와 간식의 역할이 따로 있다”며 “(짤막한 영상이 대부분인)유튜브는 아마 간식에 해당하는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이라고 주장한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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