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사자방 국조 등 논의는 없어, 민감한 정치 현안과는 선 긋기
3년 차 국정운영 국회 압박 의도, 예산안·FTA 비준 적기 처리 강조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 등 여당 지도부는 20일 청와대에서 만나 공무원연금 개혁안 연내 처리와 새해 예산안 법정시한(12월2일) 내 처리, 한ㆍ호주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조속한 처리, 민생경제 법안 처리 등의 원칙을 확인했다. 박 대통령이 주로 다자외교 성과를 설명하고 예산 및 법안 처리를 당부하자 여당 지도부도 순방 결과가 경제적 성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하는 모양새였다.
청와대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이날 회동에서 박 대통령은 국회와 여당의 협조를 수 차례 당부했다. 개각이나 인사, ‘사자방’(4대강ㆍ자원외교ㆍ방위산업) 국정조사 등 민감한 현안은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연말 정기국회가 제대로 돌아가야 집권 3년차 국정운영을 계획대로 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정치적 논란과 거리를 두고 국회를 압박하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의도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9월 이후 두 달 만에 여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다음 정부와 미래 세대를 위해 공무원연금 개혁은 우리가 역사적으로 책임지고 해야 한다”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공인으로서 역사적 책무를 다했다고 할 수 있겠느냐” 등 강경한 표현을 쓰며 개혁안 연내 처리를 거듭 주문했다. 공무원 표심을 의식한 여권 일각의 미온적 태도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또 새정치민주연합이 개혁안 처리에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 지도부가 강하게 나가야 한다는 사실상의 지침을 내린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청와대는 김대중정부 이후 실패해 온 공무원연금 개혁을 관철시켜 현정권의 최대 개혁 성과로 남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에 김 대표는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 참여하는 당ㆍ정ㆍ노실무위가 28일부터 활동을 시작하니 당사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주호영 의장은 회동 결과 브리핑에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씀 드렸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또 “지금이 확장적 예산 정책을 집행해 효과를 거두기 위한 골든 타임”이라면서 새해 예산안 적기 처리를 주문했다. 이에 이완구 원내대표는 “(야당의 반대로) 안 되면 정부안이나 수정동의안을 내서라도 예산안과 부수법안을 반드시 법정기한 안에 처리하겠다”고 즉답했다. 국회는 2003년 이후 헌법에 명시된 다음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 기한을 한 번도 지킨 적이 없다.
박 대통령은 “한ㆍ호주 FTA가 올해 발효되지 않아 때를 놓치면 앞으로 일본보다 관세철폐 시점이 늦어져 수출 손실액이 4.6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면서 국회의 조속한 비준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한ㆍ중국 FTA 타결 이후 국내 피해 보완 대책을 국회 차원에서 마련할 것도 당부했다.
이날 회동은 박 대통령이 국회와 여당의 협조를 주문하고 여당 지도부는 주로 이를 듣는 식으로 진행됐다고 주 의장은 전했다. 주 의장은 “박 대통령은 최근 해외 순방 결과를 자세히 설명했다”면서 “당에서 청와대에 요청한 것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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