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정부조직법·세월호 3법 잘 통과" 金 "대통령 해외순방 결실 맺게 노력"
20일 청와대에서 회동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사이에는 모처럼 온기가 흘렀다. 박 대통령은 당정청의 소통을 강조했고, 김 대표는 몸을 숙이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로써 김 대표가 10월 박 대통령의 뜻을 거슬러 개헌을 주장하면서 극도로 냉각된 당청 관계는 일단 상당 부분 풀리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당 지도부를 접견하며 “지난 주 여러 다자회의에 다녀 온 내용을 설명 드리고 앞으로 연말 정기국회와 국정운영에 대해 협조를 부탁드리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는 인사말로 운을 뗐다. 박 대통령이 최근 해외 순방 기간에 한ㆍ중, 한ㆍ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한 것으로 언급하면서 “이제 우리나라의 경제 영토가 세계 73%에 달할 정도로 광범위한 FTA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됐고…”라고 말을 잇는 순간 김 대표가 갑자기 “73.5%가 아닙니까?”라고 정정하자 회동 참석자들 사이에선 웃음이 터졌다. 김 대표가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FTA 타결 성과’의 내용을 세세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웃으면서 “정확하시네요”라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그간 당에서 적극 협조하고 노력해 주신 덕분에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세월호 3법이 (국회에서) 잘 통과됐고 18일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의 인사도 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세월호특별법 논란으로 국회가 장기 공전한 8,9월 박 대통령이 여당과 국회를 매섭게 비판할 때와는 확연히 다른 어조였다. 박 대통령은 또 “경제가 더 나아지고 국민들께 행복한 삶을 드릴 수 있도록 당과 국회의 역할을 부탁드린다”면서 “당정청도 긴밀하게 소통해 나가면서 힘을 모으자”고 격려했다.
박 대통령의 인사에 김 대표는 “박 대통령께서 해외 순방을 하시면서 정상회담과 정상회의를 통해 큰 업적을 갖고 돌아오셨는데 당에서 제대로 뒷받침을 못한 것 같아 송구스러운 마음이 있다”고 자세를 낮추었다. 그는 “다음부터는 좀 더 열심히 해서 (대통령이) 올리신 성과가 결실이 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회동에 참석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껄끄러웠던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관계를 의식한 듯 “우리 대표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해 많이 고생한다”고 거들기도 했다.
김 대표의 개헌 돌출 발언 이후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만난 것은 박 대통령이 시정 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한 지난 달 말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당시엔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다소 어색한 모습을 보였다. 한 시간 가까이 이어진 이날 당청 회동에는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과 조윤선 정무수석이 배석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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