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반대로 행정명령 형태로 시행, 불법 이민자 최대 500만명 혜택 볼 듯
오바마케어 등 공화당과 전선 확대, 연방정부 셧다운 재발 가능성 제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일 저녁 최대 500만명의 불법 이민자에게 합법적인 체류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이민개혁안을 발표한다. 지난 4일 중간선거 승리로 내년부터 상ㆍ하원을 모두 장악하게 되는 공화당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한 것으로, 미 정국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한국시각 21일 오전 10시) 미 전국에 생중계된 특별연설을 통해 이민 시스템의 난맥상을 설명한 뒤 불법 이민자에 대한 구제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공화당의 반대로 입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 행정명령’ 형태로 시행될 이 방안에는 미국 시민권 또는 합법적 체류 권한을 가진 자녀를 둔 부모에게 일정 기간 합법적으로 거주ㆍ취업하는 길을 터주는 것이 핵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언론은 1,170만명으로 추정되는 불법 이민자 가운데 최대 500만명이 혜택을 보게 될 것으로 추정했다. 또 30만~40만명 가량인 한국계 불법 체류자 가운데 상당수도 안정적 신분을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조치는 명분상 ‘이민의 나라’라는 미국 정신을 강조하지만, 정치적으로는 2016년 대선 승리를 겨냥하고 있다. 민주당 최대 표밭이자 불법 이민자 다수를 차지하는 남미계(히스패닉) 표심을 얻기 위한 것이다. 이민개혁 발표 다음날인 21일 히스패닉 계열 학생 비율이 60%에 달하는 네바다 주의 한 고등학교를 방문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내년부터 다수당이 될 공화당에 밀린다면 남은 임기 2년 내내 급속한 권력누수가 발생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도 강력한 대응을 준비 중이다. 존 코닌(텍사스) 상원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민강행 방침이 알려진 19일 “역대 대통령 중 행정명령을 가장 남발한 대통령”이라고 각을 세웠다. 또 “공화당 역시 (불법 체류자 전부를 배척하는 게 아니라) 상식적 수준의 이민개혁 법안을 지지하는 데도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도 대변인을 통해 “대통령이 민의를 거슬러 무법의 제왕처럼 행동하고 있고 이 현안에 대해 의회가 행동할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대립이 격화될 경우 대치전선은 이민개혁을 뛰어 넘어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안)와 키스톤XL 송유관 건설 법안 등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공화당 지도부는 신중한 입장이지만, 일부 강경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행정명령을 무산시키려면 2015 회계연도 예산안과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만큼 지난해와 같은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이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공화당이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본격적인 탄핵절차를 밟기 시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19일 NBC 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민의 48%가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 발동에 반대하는 반면 찬성 비율은 38%인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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