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그래비티’와 ‘인터스텔라’ 등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잇따라 흥행하고 로제타호 탐사로봇이 혜성에 안착하며 우주탐사에 대한 전세계의 호기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베일에 싸인 우주의 비밀을 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와 관련, 우주비행사 각각에 맞는 ‘개인화’된 의약품과 장비를 만들어 이들이 우주에서 오래 비행할 수 있도록 건강을 증진하는 게 핵심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냈다고 ABC가 19일 보도했다. NASA는 개인화 분석의 첫 단계로 우선 ‘성별’을 선택해 우주의 무중력 상태가 남성과 여성에 미치는 영향이 각각 어떻게 다른가를 비교했다. NASA는 국립우주생물의학연구소(NSBRI)와 함께 2013년 6월 현재 우주정거장 체류경험이 있는 우주비행사 534명(남성 477명, 여성 57명)의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우선 남성은 여성보다 시력 장애를 겪는 경우가 더 많았다. 조사대상인 남성 우주비행사 17명 중 14명(82%)이 시력 이상을 호소했다. 여성은 8명 중 5명(62%)만 이러한 증상을 겪은데다, 그 강도도 남성보다 훨씬 약했다. 연구진은 “두개골을 채우고 있는 뇌척수액의 압력이 높아져 시각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면서 “시력 장애는 우주비행 시 겪는 건강 악화 증세 중 가장 위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남성은 여성에 비해 연령에 따른 청각 손실이 크고, 민첩성 시험 결과 정확성보다 속도에 대한 반응에 더 민감했다.
반대로 여성은 남성보다 현기증 탓에 오래 서있기 힘든 증상, 즉 기립성조절장애를 더 많이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우주 내 도착지 표면에 설 때나 지구에 돌아와 땅에 설 때 어려움을 호소하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 이는 남녀의 심혈관 체계가 외부 환경이 주는 자극에 다르게 반응해, 혈액순환 차가 크게 나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또 방사선은 우주탐사 시 가장 위험한 요소인데, 여성은 남성보다 방사선이 유발하는 암에 걸리기 더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또 요로감염 취약성이 높고, 민첩성 시험 결과 속도보다 정확성에 대한 반응에 더 민감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주멀미 등과 같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증상에도 차이는 있다. 여성은 지구에서 이륙할 때나 우주정거장에 진입할 때 멀미를 심하게 하지만, 남성은 지구로 돌아올 때 어지럼증을 크게 느낀다.
NASA의 탐사 및 운행 위원회 비서실장인 베트 시글은 ABC와의 인터뷰에서 “장기간 우주비행을 하려면 우주비행사들의 건강을 보호하는 게 우선”이라며 “이를 위해선 우주에서의 성별 신체 반응 차이를 인지하고 그를 바탕으로 남녀 각각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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