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넘은 카슈미르 분쟁… 노벨평화상이 화해의 씨앗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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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넘은 카슈미르 분쟁… 노벨평화상이 화해의 씨앗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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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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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슈미르 분쟁은…

1947년 영국서 양국 분리독립 때 통치 세력 힌두계, 인도 편입에 서명

주민의 70% 이슬람계 강력 반발, 10월 1차 전쟁 발발하며 악연 시작

관계 개선 묘책은 없나… 파, 정치적 이유 분쟁지역화 노리고, 인도는 현상 유지 원해

나렌드라 모디(오른쪽) 인도 총리가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올해 5월 뉴델리에서 정상회담을 갖기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남아시아의 오랜 앙숙인 인도와 파키스탄의 긴장은 1947년8월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때부터 잉태된 것이었다. 힌두교인 인도와 이슬람교인 파키스탄은 애초 종교적으로도 이질적일 수 밖에 없었는데, 카슈미르가 독립 당시 인도에 편입되면서 화약고를 떠안은 형국이 됐다.

한반도 면적과 비슷한 22만㎢에 1,300만명의 주민이 살고 있고 카슈미르는 70%가 이슬람교도다. 당연히 파키스탄 친화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독립 당시 힌두교도인 통치자 하리 싱이 인도로부터 각종 원조를 제공받는 대가로 인도편입조약에 서명하고 말았다. 파키스탄은 반발했고 그 해 10월 양국 간 1차 전쟁이 발발하며 질긴 악연이 시작됐다. 현재 카슈미르는 인도가 3분의 2, 파키스탄이 3분이 1을 점령하고 있다.

인접국간 영토분쟁은 세계 어디에나 있지만, 두 나라는 모두 핵보유국이란 점에서 잠재적 위험성이 매우 크다. 양국은 1998년5월 2주 간격으로 나란히 핵실험을 성공, 핵무기를 갖게 됐고 최근에도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을 시험발사 하는 등 군사적 대결구도를 키워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올해 노벨평화상은 분명 희망의 단초였다. 파키스탄의 여성교육 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17)와 인도의 아동노동 해방 운동가 카일라시 사티아르티(60)가 지난 달 노벨평화상을 공동수상하게 된 것. 상대에 대한 뿌리 깊은 적의로 가득 찬 양국의 시민운동가가 다른 상도 아닌, 노벨평화상을 함께 받게 되자 국제사회는 이를 계기로 양국 관계의 해빙가능성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과연 이 증오의 땅에 평화의 씨앗이 싹틀 수 있을까.

기대 그리고 실망

말랄라와 사티아르티의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은 양국의 화해를 유도해보려는 노벨상위원회의 정치적 의지 표현였다. 노벨상위원회도 평화상 공동수상에 대해 “힌두교와 이슬람교, 인도와 파키스탄이 교육 문제와 무장세력에 함께 대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60년 이상 적대관계로 분쟁을 끝내지 못하고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화해를 에둘러 촉구한 것. 실제로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노벨상위원회가 화해 무드 조성을 위해 양국 출신의 수상자를 선정하면서 ‘아동 인권 신장’이라는 공통 분모를 빌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화답하듯 말랄라도 평화상 수상 발표 당일 기자회견에서 “인도ㆍ파키스탄 총리와 함께 상을 받고 싶다”면서 12월10일 열리는 시상식에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함께 참석해줄 것을 요청했다. 사티아르티도 말랄라와 마찬가지로 인도와 파키스탄의 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3일 예이르 루네스타 노벨위원회 사무총장은 “모디 인도 총리와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의 초대 손님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발표했다. 봄날 눈 녹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다소나마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는 여지 없이 무너졌다. 인도와 파키스탄 갈등이 단발성 정치적 이벤트로 는 한 번에 해소할 수 없는 성격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반 세기 넘는 질긴 악연

올해 5월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는 역사적인 만남이 이뤄졌다.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독립 이후 처음으로 모디 인도 총리 취임식에 참석한 것이다. 국제사회는 이를 계기로 두 정상이 카슈미르 문제 해결 등 획기적인 관계 개선을 이뤄낼 지 모른다는 관측을 조심스럽게 내놓았지만 기대감은 오래 가지 못했다.

8월 말 카슈미르에서 양측 간 총격전이 발생해 이틀 동안 4명이 숨졌다. 지난달 6~10일에도 카슈미르에서 교전으로 양국 주민 20명이 사망했다. 이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2003년 카슈미르의 실질통제선(LoC) 휴전을 합의한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다. 노벨평화상 발표 당일 교전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곧바로 11, 12일 총격전이 재개돼 인도 주민 한 명이 부상했다.

카슈미르는 두 나라 대립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영국으로부터 분리독립할 당시 카슈미르 통치권력은 힌두계였지만 주민의 절대다수(70%)는 무슬림이었다. 단순히 종교간 갈등이 아니라, 계급간 갈등이 섞여 있었던 셈이다. 당시 카슈미르 인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무슬림은 파키스탄 귀속을 원하며 파키스탄 정부군 지원 하에 5만 명의 무장세력으로 반란을 일으켰고, 이에 힌두교 영주인 하리 싱이 인도에 군사지원을 요청하면서 10월 전쟁으로 비화됐다.

양국은 이후에도 1965년과 1971년 두 차례 전쟁을 더 치렀다. 특히 3차 전쟁 때는 인도가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운동을 펼치던 동파키스탄을 지원, 방글라데시의 독립을 대놓고 밀어줌으로써 양국 관계의 상처는 더 깊어졌다. 카슈미르는 1972년 시믈라협정에 의해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할 통치로 결론이 났고 이 협정상의 카슈미르 정전경계선이 현재 군사통제선이 됐다.

인도와 파키스탄 간 전면전 중심의 분쟁 양상은 1989년 이후부터 게릴라식으로 변모했다. 인도령인 잠무 카슈미르에서 파키스탄 정부의 지원을 받은 무장단체들이 독립운동을 전개하고 인도 정부는 무력으로 이들을 진압하는 형태를 띠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엄청나다. 1989년 이후 카슈미르 주민 7만여 명이 사망했고 난민은 17만5,0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1999년에는 파키스탄 지원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슬람 반군의 카슈미르 침공과 인도의 반격으로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국제사회는 양국이 4차 전쟁을 치르면 핵전쟁이 발발할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2001년 인도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 166명이 숨진 2008년 뭄바이 연쇄테러 사건 등에 파키스탄 무장조직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국 관계는 끊임 없는 긴장과 충돌의 연속이었다.

요원한 해법

하지만 카슈미르 분쟁의 해법을 찾기는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김찬완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독도 영유권 논란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영토 문제는 양보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두 나라가 통일되지 않는 한 카슈미르 분쟁은 최소 50년 이상 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노벨상 공동수상이 향후 관계개선의 청신호가 될 수 있다” (라윤도 건양대 군사학과 교수)는 긍정적 시각은 소수에 불과하다.

실제 카슈미르를 바라보는 양국의 정치적 관점과 목적은 판이하고 변화의 여지도 없어 보인다. 파키스탄은 유엔 결의안에 따라 주민투표로 카슈미르 장래를 결정하자는 인도가 받아들이기 힘든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도는 카슈미르가 분리할 수 없는 고유 영토라며 맞서며 현상 유지를 고수하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는 내정이 혼란스러우면 ‘이슬람 단결’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카슈미르 분쟁으로 국민들의 눈을 돌리는 전략으로 영토 분쟁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 8월과 10월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총격전은 지난해 총선 부정선거 시위로 샤리프 총리가 수세에 몰리는 국면에서 발생했다. 여기에 도발을 통해 카슈미르를 계속 분쟁지역화 하려는 파키스탄 군부를 제어할 정치세력도 없는 실정이다. 국내 정치에 대한 영향력이 막강한 파키스탄 군부는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행정부와의 암묵적 합의 하에 카슈미르에서 수시로 긴장을 일으키거나 방조하고 있다.

말랄라와 사티아르티의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이 국제사회에선 상당한 의미를 지닌 것처럼 보이지만, 국내적으론 효과가 없거나 또는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측면이 존재한다. 예컨대 말랄라에 대해선 파키스탄 정부정책에 영향력이 상당한 극우 이슬람들이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사티에르티의 아동노동 해방운동 역시 인도 선거에서 주요 변수인 종교(힌두교), 카스트(인도 계급제도), 경제개발에 비해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기득권을 거부하는 이들의 주장과 행동은 국제사회에선 용기 있게 비춰졌지만, 양국 내에선 무관심 혹은 오히려 적대의 대상인 게 현실이다.

국가 탄생 때부터 타고 난 갈등과 분쟁을 단번에 끊을 묘책이 현재로서는 손에 잡히지 않는다. 단지 국제사회가 끊임 없이 관심을 가지고 역내 분쟁 수준을 낮추면서 양국 분쟁 해결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환기시키는 노력이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김 교수는 “카슈미르를 분쟁지역화 하려는 파키스탄과 이를 거부하는 인도의 관계 개선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게 국제정치의 현실을 대변한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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