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가구 빚의 35% 10년 뒤 은퇴 쇼크 우려
가구주가 50대인 가구의 빚이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핵심 뇌관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은 40대부터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많은 빚을 보유해온 탓에 이들이 은퇴하는 10년쯤 뒤엔 뇌관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일 ‘가계부채의 연령별 구성변화’ 보고서에서 가구주 연령이 50대인 가구의 부채가 전체의 35%로 전 세대 중 가장 높다고 밝혔다. 가구주가 40대인 가구의 부채 비중은 32%로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 50대 가구주의 부채는 미국과 비교해도 심각했다. 미국은 50대 가구의 부채비중이 40대보다 낮은 22%에 불과했고, 전체 가구의 평균대비 가구당 부채비율 역시 20% 안팎이었다. 반면 우리나라 50대 가구는 평균적인 가구보다 40% 가량 많은 부채 부담을 안고 있었다. 50대 인구 비중이 미국보다 높은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들의 은퇴 이후다. 보고서는 “50대에서 부채를 줄이지 못하고 은퇴하면 소득이 급감하면서 부채 상환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현재 50대가 40대이던 2004년의 40대 부채비율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던 걸 감안하면, 이들 세대가 최소 10년 이상 가장 많은 빚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이들의 은퇴 연령이 가까워지면 충격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단기 또는 만기 일시 상환이 대부분인 대출 계약 방식도 50대를 옥죄고 있다.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은 계약기간이 3년 이하가 18%, 만기 일시 상환이 30%인 반면, 미국은 계약기간 30년 이상이 64%에 이르고 일시 상환은 0.08%에 불과하다. 김지섭 연구위원은 “대출 구조를 장기 또는 분할 상환 방식으로 전환하고, 현재 소득뿐 아니라 미래 소득 흐름도 감안하는 방향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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