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으로 얻은 자신감으로 무장
원하던 흑인 음악으로 과감히 변신
프로듀서도 맡아 유행 감성 실어
“이번 앨범만큼은 김범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축복받은 가수지만 그래도 제가 품고 있는 흑인 음악에 대한 갈증을 한번쯤은 풀고 싶었어요.”
얼굴 없는 가수에서 '비주얼 가수'로 거듭난 김범수가 21일 8집 '힘(HIM)'을 공개한다. 2011년 7집 파트2 이후 3년 만에 내는 이번 정규 앨범에서 김범수는 '보고 싶다'로 대표되는 정통 발라드에서 벗어나 포크, 알앤비, 힙합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했다.
뛰어난 가창력을 지닌 발라드 가수로 사랑을 받아 온 김범수는 2011년 출연한 '나는 가수다'에서 새로운 매력을 선보이며 인기를 얻었다. “처음에는 방송에 대해 반신반의했고 긴장도 많이 했다”는 그는 큰 호평을 얻은 ‘제발’ 공연을 기점으로 무대를 즐기겠다고 마음먹었다. ‘님과 함께’나 ‘희나리’처럼 파격적인 무대도 선보였고 ‘비주얼 가수’란 캐릭터도 얻었다. ‘님과 함께’에서 유래한 콘서트 제목 ‘겟올라잇 쇼’는 김범수가 방송을 통해 얼마나 큰 자신감을 얻었는지 보여준다. “예전엔 반쪽 짜리 가수란 생각도 하고 많이 위축돼 있었어요. 많은 분들이 저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셨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다른 경연프로그램 ‘슈퍼스타K 6’의 심사위원으로서 후배들을 챙기고 있다. “곽진언, 김필, 임도혁 같은 친구들이 힘을 얻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는 사실이 뿌듯합니다.”
새 앨범에서 선보인 과감한 변신도 이렇게 얻은 자신감 덕분이다. 발라드 가수로 사랑을 받았지만 원래는 솔, 힙합 등 흑인 음악을 하고 싶었다는 김범수는 “지금까지 앨범을 낼 때마다 팬들이 좋아하는 모습과 내가 원하는 모습 사이에서 갈등했다”며 “이번에는 타협 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김범수 자신이 직접 8집의 앨범 프로듀서를 맡았다. 힙합 듀오 긱스를 비롯해 스윙스, 산이, 아이언 등 젊은 아티스트들을 직접 섭외해 최근 유행하는 감성을 실었다.
타이틀곡 ‘집 밥’은 어머니의 손길을 그리워하는 모든 이들이 공감할 노래지만 “30대 중후반, 5년째 독립해서 살고 있는” 김범수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공연이 끝나고 텅 빈 집으로 혼자 돌아갔을 때 느낀 외로움을 소재로 삼았어요.”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집 밥’에는 어머니 이희선씨와의 전화통화 내용이 고스란히 삽입됐다. “곡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어머니한테 그냥 안부 전화를 했어요. 사랑한다고 말했죠. 제가 평소에 표현을 안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앨범 작업을 떠나서 아들 김범수로서 잘 한 일인 것 같아요.”
띠동갑 연인과의 만남과 상처를 노래한 ‘띠동갑’이나 클럽에서 만난 이성에게 저돌적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그린 ‘상남자’ 등 다른 수록곡에도 외로움 타는 서른 여섯 노총각의 솔직한 면모가 드러난다. 김범수는 “20대였다면 부끄러웠을 텐데 30대가 되다 보니 얼굴이 두꺼워졌다”고 말했다. 뻔뻔하기까지 한 이런 모습이 발라드 가수 김범수의 이면에 숨겨진 원래 모습이다. “진지한 걸 참지 못하는 활동적인 성격이에요. 제 롤 모델인 윤종신 선배님처럼 깊이 있는 음악과 위트 있는 모습이 공존하는 두 매력을 지닌 음악가가 되고 싶습니다.” 스스로 지금을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시기라고 말하는 김범수의 자신감 넘치는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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