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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예방 예산 칼질 뒤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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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예방 예산 칼질 뒤집다

입력
2014.11.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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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위 403억 대폭 삭감안 복지위서 여야 합의로 되레 증액

보호기관 상담원·교사 증원, 안정적 재원 조달로 숨통 기대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2014 아동학대 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아동학대예방 홍보대사 예쁜 아이들'이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2014 아동학대 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아동학대예방 홍보대사 예쁜 아이들'이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19일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학생들이 '2014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아동학대 인식제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하이데라바드=AP연합뉴스
19일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학생들이 '2014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아동학대 인식제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하이데라바드=AP연합뉴스

학대 받는 아동을 보호ㆍ상담하는 지역아동보호기관의 상담원을 증원할 인건비가 한 푼도 편성되지 않아 논란이 됐던 내년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아동 보호 예산이 여야 합의로 424억원 증액됐다. 이 예산안이 확정되면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될 경우 경찰과 함께 현장에 출동해야 하는 아동보호기관 상담원이 현재의 두 배 가량 늘어나고, 아동보호기관 운영비도 늘어나는 등 현장의 숨통이 트이게 된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들은 다음주부터 증액안 심사에 들어가는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예산이 삭감되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4일 예산결산심사 소위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증원비 등을 포함한 아동학대예방과 피해아동보호 예산을 593억원으로 늘린 예산심의안을 예산결산특위로 보냈다고 19일 밝혔다. 앞서 아동학대예방 사업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요구한 572억원의 예산을 기획재정부가 심의하며 무려 403억원을 깎아 169억원(국비)만 편성했던 것을 원래대로 되돌린 것이다.

여야가 비교적 원만한 합의를 한 데는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지난 9월 29일 시행되는 등 아동학대 예방은 국가 차원의 과제라는 공감대가 마련됐음에도 기재부가 예산을 삭감한 것이 오히려 ‘학대 예방’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특례법은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과 아동보호기관 상담원이 현장에 출동해 필요할 경우 피해 아동을 가해자로부터 격리시킬 수 있도록 했다. 때문에 올해 7월 복지부는 아동보호기관 상담원을 지역별로 10명까지 늘리도록 하는 ‘아동복지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까지 입법 예고했지만 예산 문제 때문에 상담원 증원은 난항을 겪었다.

세부 예산안을 보면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56개소 설치ㆍ운영 321억7,600만원 ▦학대피해아동쉼터 72개소 설치ㆍ운영 185억3,900만원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운영 24억4,000만원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온라인 교육 사이트 구축, 공익광고 TV 송출, 국가아동학대정보시스템 전면개편 61억5,600만원 등으로 편성됐다.

이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평균 6.8명인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이 15명으로 늘어나고, 전국 51곳 아동보호기관의 한 곳당 예산이 3억원에서 8억원으로 늘어난다. 학대피해아동쉼터의 돌봄 교사 수도 현재 2명에서 4명으로 늘어나 강도 높은 ‘48시간 맞교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매 맞고 학대당하는 아이들을 돌보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은 고질적인 인력 부족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올해 아동보호기관 상담원 1명이 담당한 아동학대사례는 평균 77건에 달하며 내년에는 99건으로 20건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례법 시행 뒤 한 달새 신고건수만 1,391건으로 전월 대비 6.6% 증가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37.7%나 늘었다. 심의선 인천북부아동보호기관 상담팀장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만 200여건이 넘어 지난해 신고된 전체 건수보다 많다”며 “현장의 출동 부담은 가중되는데 내년 정부 예산안을 따져보니 오히려 예산이 870만원 삭감됐다”고 지적했다. 이 기관은 상담원 4명이 인천시 3개구를 맡으며 경찰서 3곳의 동행출동 요청을 이행하고 있다. 동행출동이 의무화됐지만 4명의 상담원으로 감당할 수 없어 마치 ‘번호표’ 뽑듯 차례로 현장에 출동해야 해 기동성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임시격리조치가 필요한지 여부도 경찰과 전화상으로 논의할 때가 잦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도 이날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아동학대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특례법 시행 이후) 아동학대 신고가 급증했다. 이는 (울산 계모 학대사망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면서 동시에 현장의 업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예산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장관은 “공익광고 등 대국민 홍보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일하 굿네이버스 회장은 “특례법 시행으로 상담원들이 가뜩이나 부족한 상황인데 임시격리조치와 피해아동보호명령 청구 등 법률적 문서를 작성해야 하는 업무부담도 가중되고 있다”며 “지속적인 사례관리로 피해아동 등을 챙겨 재학대가 일어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할 상담원 충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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