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민간 전기차 보급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강희은 서울시 친환경교통과장은 19일 “서울시민들이 BMW의 순수전기차 ‘I3’를 압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는 예상을 못했다”며 깜짝 놀랐다고 했습니다.
서울시는 전기차를 사고 싶어하는 서울 시민의 신청을 받아 추첨을 통해 182명에 대해 대 당 2,000만원(정부 보조금 1,500만원 포함)의 구입 자금을 지원하는 전기차 민간 보급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21일 추첨을 앞두고 18일 마감된 신청 결과 618명 중 i3를 사고 싶다는 신청자가 297명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수치는 기아차 ‘쏘울EV’ 161명, 르노삼성 ‘SM3 Z.E.’ 81명, 기아차 ‘레이’ 63명, 한국지엠 ‘스파크 EV’ 16명 등 국산 업체들이 만든 나머지 4종류의 전기차를 다 합한 것보다 많을 정도인데요.
업계에서는 이번 추첨이 이제 막 싹을 틔우기 시작한 국내 전기차 시장의 초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시민들 마음 붙잡기에 사활을 걸었는데요. 특히 BMW가 제시한 ‘당근’은 파격적입니다. 특히 BMW i3 LUX 모델을 살 경우 3년 후 회사 측의 차량 가격의 55%를 주고 되사가는 ‘전기차 잔가 보장형 할부 프로그램’이 눈에 띕니다. i3가 약 6,000만원이니까 서울시가 주는 보조금 2,000만원에 BMW가 3년 후 되살 때 주는 3,300만원을 더하면 결국 700만원이면 살 수 있게 되는 셈인데요. 여기에 구매자와 직계 가족 누구나 1년에 10일 동안 고성능 차량 M라인을 뺀 BMW차량을 마음껏 타게 하고, 전국 이마트 80개 매장에 설치된 120기의 충전기를 1년 동안 무료로 쓸 수 있는 멤버십 카드를 줍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기존 i3 구매 고객들을 여러 차례 심층 면접한 결과 비싼 가격을 부담스러워 하고, 충전 인프라가 충분치 않아 원하는 만큼 먼 거리를 갈 수 없는 점 등을 아쉬워한다는 점을 파악했다”며 “이를 해결하려고 전 세계 어디도 없는 전기차를 되사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했는데요.
업계에서는 서울시에 앞서 전기차 민간 보급 사업을 진행한 제주의 올 상반기 지원 신청 결과 i3가 기아차 쏘울EV와 르노삼성 SM3 Z.E.에 완패한 이후 BMW가 자존심 회복을 위해 서울만큼은 빼앗길 수 없다며 칼을 갈았다는 말이 전해집니다.
업계 관계자는 “성능 좋은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한국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수입차 브랜드들이 워낙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전략도 훨씬 치밀해 지고 있다”며 “전기차 시장은 국산차 프리미엄이 기존 시장보다 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국산 브랜드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주도권을 수입차에 내줄지 모른다”고 내다봤습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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