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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블프 시즌' 반값 TV 나오는데 제값 치르는 한국 소비자 할인 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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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블프 시즌' 반값 TV 나오는데 제값 치르는 한국 소비자 할인 갈증

입력
2014.11.19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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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 세일 이벤트 왜 없나" 유통·제조사는 책임 전가 급급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시즌이 시작됐던 지난해 11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캔자스주 오벌랜드파크의 베스트바이 유통점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캔자스=AP연합뉴스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시즌이 시작됐던 지난해 11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캔자스주 오벌랜드파크의 베스트바이 유통점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캔자스=AP연합뉴스

북미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28일)가 다가오면서 지구촌이 들썩이고 있다.

TV와 스마트폰 등을 포함한 각종 정보기술(IT) 전자제품을 최대 80%까지 싸게 살 수 있는 폭탄세일이 미국 내 주요 유통 업체 주도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현지 소비자는 물론이고 글로벌 인터넷 직구(직접구매)족까지 가세할 것으로 보여 벌써부터 한국 업체들을 포함해 관련 업계의 판촉 경쟁은 치열하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선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대규모 할인 이벤트가 없어,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도 블랙프라이데이에 미국 대형 쇼핑몰인 월마트와 아마존, 베스트바이 등에선 최대 80%를 할인하는 폭탄세일에 들어간다. 삼성전자 및 LG전자 등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 맞춰 발광다이오드(LED) TV와 울트라고화질(UHD) TV 등을 최대 50% 가량 저렴한 가격에 내놓았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 사이에선 ‘한국 소비자들에게만 비싸게 파는 것 아니냐’는 역차별 논란과 함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요구에 대해 유통업체와 제조사는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만 하고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대형 이벤트는 제조사에서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해야 진행할 수 있는데, 국내 업체들은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내놓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파격적인 할인을 통한 대량 판매로 수익을 내는 ‘박리다매’ 판매 전략을 세우기 위해선 무엇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품이 공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유통업체 관계자도 “제조사가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공급 가격 자체를 낮추지 않는 이상, 카드 프로모션 등 유통업체가 아무리 아이디어를 쥐여 짜도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대형 이벤트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제조사 생각은 다르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현지 유통업체에서 주도하는 것처럼 파격적인 할인 행사는 어디까지나 유통업체의 전략에 따라 이뤄진다는 것이다. 전자업체 관계자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는 제조사에서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 물량으로 진행된다기 보다는 유통업체들이 연말 재고를 없애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며 “유통업체들이 재고부담을 줄이기 위해 창고에 남아있는 물건을 소진하기 위해 마진 감소를 감수하고 가격을 대폭 할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제품엔 빠져 있는 부수적인 비용이 한국 판매 제품에는 포함돼 국내에서는 가격이 비싸게 책정될 수 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다. 또 다른 전자업체 관계자는 “블랙프라이데이 제품용 판매 가격에는 배송비나 설치비, 무상 애프터서비스(AS) 비용 등이 빠져 있다”며 “이런 비용이 포함되면 블랙프라이데이에서 거래되는 제품 가격도 올라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같은 회사 같은 제품의 가격이 미국보다 최대 50% 가까이 비싼 기형적 가격구조를 고치기 위해서는 국내 전자제품 시장의 과점구조를 깨뜨리면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전세계 업체들이 무한경쟁을 하는 미국시장과 달리 국내 전자제품 시장은 2, 3개 업체가 과점을 해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데다가 유통업체 역시 대기업들이 과점하고 있는 상황이라 가격인하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며 “경쟁당국이 나서 적극적인 경쟁 유도정책과 유통구조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국내 소비자들은 반품의 어려움 등을 감수하고서라도 국내 업체 제품을 미국에서 구매하는 불편함을 계속 겪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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