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인슐린 합성이 아니라 운송에 있었다"
디지스트 남홍길 펠로우, 美·스웨덴 연구팀과 규명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디지스트) 뉴바이올로지전공 남홍길(펠로우, 식물노화수명연구단장) 교수 연구팀이 미국 스웨덴 연구진과 공동으로 췌도(膵島ㆍ랑게르한스섬)의 노화 및 기능저하에 관한 새로운 원인을 규명해 노화형 당뇨병을 극복할 수 있을 길이 열리게 됐다.
남 교수 연구팀은 우리 몸에서 인슐린을 생산하는 췌도가 노화하더라도 인슐린을 직접 만드는 베타세포의 기능은 그대로이며, 도로 격인 췌도 내 혈관의 염증과 섬유화로 인슐린이 다른 조직으로 배송(분비)을 제대로 하지 못해 당뇨병이 생긴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췌도는 췌장(이자) 내 전 부위에 산재한 내분비세포의 군집으로, 이 중 베타세포가 인슐린을 합성ㆍ분비한다.
남 교수팀은 이 같은 기초과학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췌도 내 혈관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약물을 개발한다면 인슐린분비를 정상화시켜 당뇨병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금까지는 췌도의 노화에 따른 인슐린분비 장애가 베타세포 자체의 기능이 떨어지거나 세포 수가 줄었기 때문으로 보고 베타세포수를 늘리거나 기능을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둔 치료제 개발에 주력해 왔다.
이번 연구는 남 교수 연구팀을 비롯, 미국 마이애미대 밀러의과대 베르그렌 박사, 스웨덴 웁살라대 카이세도 박사 등과 공동연구로 밝혀졌으며, 세계적 과학기술전문지인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SA) 17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연구팀은 정상적인 젊은 쥐나 노화로 인슐린분비기능이 떨어진 늙은 쥐 모두 베타세포의 수는 별다른 차이가 없음을 발견했다. 당뇨병에 걸린 늙은 쥐의 췌도에서 혈관 염증 지표 단백질 유전자가 높게 나타나며, 혈관 섬유화지표인 ‘라미닌’이라는 단백질 함량도 현저하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늙었지만 당뇨병에 걸리지 않은 쥐의 췌도를 당뇨병에 걸린 젊은 쥐의 홍채에 이식한 결과 이식한 늙은 췌도에 새로운 모세혈관이 생기면서 혈당조절능력이 회복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안구 속 홍채는 새 혈관이 잘 만들어지는 기관으로, 연구팀은 시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 부위에 췌도를 이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남홍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췌도 노화의 원인과 역노화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며 “췌도 내 혈관의 염증과 섬유화 원인을 규명하고, 예방 및 치료법을 개발한다면 노화형 당뇨병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용화에 이르기까지는 빨라도 수년, 길게는 10년 이상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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