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법·체제 너머의 정의

불의에 맞서기 위해 용인되는 불의의 한계란 어디까지일까. 목적이 수단을 합리화할 수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되지만, 야비한 거짓과 폭력 앞에서 알몸의 정의는 대개 창백하고 무기력하다. 순교의 논리는 숭고하지만 전사의 다짐일 수는 없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자신들을 ‘레인보우 워리어’라 부른다. 그들은 자주법의 경계를 넘어가 사소한 불의로 거대한 불의에 맞선다. 그 작고 영리한 일탈이 그들의 퍼포먼스를 창의적이고 도발적이게 하고, 거대한 불의에 극적인 타격을 가한다. 거기서 시민들은 카타르시스와 같은 감흥을 느끼곤 한다.

브라질 거대 국립은행 ‘카이사 이코노미카’가 아마존 밀림의 불법 벌채기업들에 자금을 대부해왔고, 그린피스는 그 사실을 폭로하기 위해 18일 은행 본사 입구에 2톤 분량의 톱밥을 저렇게 부렸다. 물론 불법 투기다. 은행의 대부 역시, 윤리적 심판의 대상일 수는 있지만, 실정법 위반은 아닐지 모른다.

저들이 받게 될 벌금형이나 구류형은 법과 체제가 정의한 정의 너머의, 무지개 같은 어떤 가치의 비용일 것이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리우데자네이루=AF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