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동구권에 부는 반정부 바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동구권에 부는 반정부 바람

입력
2014.11.18 18:05
0 0

벨벳 혁명 25주년 맞은 체코

제만 대통령 비난ㆍ퇴진 목소리 높아

헝가리 세계 최초 인터넷 과세 반발

시민 2만명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

루마니아선 여권 부패 청산 민심에

야권 단일후보 요하니스 대통령 당선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이 17일 프라하에서 열린 벨벳 혁명 25주년 기념비 제막식에서 연설하자 시민들이 퇴진 요구를 하며 계란을 던져 경호원들이 이를 우산으로 막고 있다. 프라하=신화 연합뉴스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이 17일 프라하에서 열린 벨벳 혁명 25주년 기념비 제막식에서 연설하자 시민들이 퇴진 요구를 하며 계란을 던져 경호원들이 이를 우산으로 막고 있다. 프라하=신화 연합뉴스
이날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2만명 가량이 정부의 부패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다페스트=AP 연합뉴스
이날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2만명 가량이 정부의 부패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다페스트=AP 연합뉴스
16일 루마니아 대선에서 국민들의 부패 청산 욕구를 등에 업고 당선된 야당 후보 요하니스 후보가 부쿠레슈티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부쿠레슈티=로이터 연합뉴스
16일 루마니아 대선에서 국민들의 부패 청산 욕구를 등에 업고 당선된 야당 후보 요하니스 후보가 부쿠레슈티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부쿠레슈티=로이터 연합뉴스

헝가리와 체코, 루마니아 등 동구권에서 집권세력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변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다.

체코 시민 수 천명은 17일 공산정권을 무너뜨린 ‘벨벳혁명’ 25주년을 맞아 반정부 시위에 나섰다. 시위대는 축구 시합에서 퇴장을 뜻하는 레드 카드와 ‘밀로시 제만 대통령 타도’, ‘러시아의 식민지가 되긴 싫다’는 내용이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했다. 시위대가 벨벳혁명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한 제만 대통령을 향해 던진 계란이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의 머리에 맞기도 했다. 제만 대통령은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25년 전 나도 용기를 내 벨벳 혁명 현장에 있었다. 계란을 던지는 당신들은 비겁하고 나는 당신들이 두렵지도 않다”고 맞받았다.

체코의 반정부 시위는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에 역행하는 제만 대통령의 발언과 행동 때문이라고 분석이 있다. 외신에 따르면 제만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과 갈등을 겪고 있을 때 러시아에 우호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가 속한 집권 사회민주당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경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해 유럽연합(EU)의 대러 강력 제재에 반대하고 있다.

제만 대통령은 올해 4월 “유대인은 무슬림들에게 죽어야 한다”고 깜짝 발언을 했고, 지난달 중국 방문 때는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고 밝혀 유럽 국가들과 상반된 입장을 표명했다. 최근에는 라디오 생방송 출연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한 일로 유명해진 러시아 여성 그룹 푸시 라이엇에 관해 얘기하면서 욕설을 내뱉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17일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 근처에서도 2만명 가량이 정부의 부패를 규탄하며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공공 분노의 날’이라고 명명된 이날 행사는 부다페스트 외에도 헝가리 20개 도시와 런던, 베를린, 스톡홀름 등 유럽 다른 국가의 수도에서도 동시에 열렸다.

헝가리 국민들은 지난달 22일 정부가 세계 최초로 인터넷 과세 부과방침을 발표한 것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 방침은 데이터 1기가바이트(GB)를 사용할 때 마다 세금 150포린트(약 277원)를 거두겠다는 계획이다. 헝가리 국민들은 페이스북에 ‘인터넷 세금 반대 10만인 서명’ 계정을 열어 25만명이 참여했다. 26일엔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집권 피데즈당 건물로 몰려가 컴퓨터 등을 집어 던지며 강력 항의했다. 정부는 한 달에 개인은 최대 2.9달러, 기업은 20달러로 상한선을 정하며 한 발 물러섰으나 성난 민심을 달래진 못했다. 헝가리 정부가 자유를 억압하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도 크다.

루마니아에서는 여권의 부패 청산을 원하는 민심에 따라 야권 단일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16일 열린 대통령 결선투표에서 클라우스 요하니스 후보가 54.6%의 득표율로 빅토르 폰타 현 총리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난 10일 티투스 코르라테안 외무장관이 대선 1차 투표 때 불거진 재외국민투표의 문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에 이어 18일 테오도르 멜레스카누 외무장관도 무능한 투표 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히는 등 논란이 거셌다. 요하니스 당선인은 폰타 총리에 비해 지지기반과 정치적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이 같은 정치인과 공직자의 부패 추문에 질린 루마니아 민심이 부정부패 청산을 내세운 그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