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쿠스틱 음악 유행 일으켰던
통기타 중심 단촐한 사운드로 컴백
"생각하는 대로 가사 썼어요"
치기 어린 감정 솔직하게 드러내
본인들 말로는 “사실은 소 뒷발로 쥐 잡은 듯이 얻어걸린 거라 더는 못 만드는”(‘3집에 대한 부담감’) 전설적인 히트곡 ‘아메리카노’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어쿠스틱 듀오 10㎝(십센치)가 19일 새 앨범 ‘3.0’을 공개했다.
십센치는 보컬 권정열, 기타 윤철종 2인조로 구성됐으며 거리 공연에 최적화한 단촐한 음악이 특징인 밴드다. 이들은 어쿠스틱 음악의 유행을 일으키기도 했다. ‘K팝스타 시즌 2’ 우승팀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듀오 악동뮤지션도 십센치의 곡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를 듣고 자작곡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한 바 있다.
3집 앨범은 ‘아메리카노’를 통해 대중에게 각인된 십센치의 모습에 가깝다. 권정열은 “이전 앨범을 만들 때 우리한테는 없는 새로운 음악에 대한 욕심이 있었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최고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2집 때는 기타, 베이스, 드럼을 모두 갖춘 밴드 사운드를 활용했지만 이번에는 통기타를 중심으로 한 1집 이전으로 돌아갔다.
타이틀곡 ‘그리워라’는 이별한 연인들이 상대방을 그리워하는 내용의 발라드 곡이지만 후렴에서 ‘그리워라’의 ‘라’를 반복하면서 슬프다기보다는 설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노래에 이중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의 애틋한 감정을 떠올리면서 우울하기보단 오히려 설레고 행복한 느낌을 받는 거죠.”(권정열)
풍부한 성량과 부드러운 목소리로 ‘19금 냄새가 나는 사랑노래’의 표현에 최적화한 권정열의 보컬은 여전하다. 선공개된 ‘쓰담쓰담’을 권정열은 “상대의 가슴 속에 있는 어두운 부분을 쓰담쓰담 토닥토닥 해주는 위로의 노래”라고 주장하지만 팬들은 “얼굴은 빨개지고 눈빛도 이상하고 집에 안가고 가만있어 오늘 같은 밤을 내내 기다렸어”란 가사 때문인지 19금 노래로 읽는다. ‘19금 아티스트’로 여겨지는 것에 대해 권정열은 “내 생각의 95%는 19금에 관한 내용”이라며 “의도적으로 그렇게 쓰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가사로 쓰다 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윤철종이 노래하는 비중도 크게 늘었다. 데뷔 시절부터 가끔 공연했지만 이번 앨범에 처음 수록된 ‘담배왕 스모킹’에서는 사실상 메인 보컬을 맡았다. 윤철종은 “원래는 이 부분에 피처링을 부탁하려 했는데 직접 가이드 녹음을 하던 중 내 목소리가 더 웃기다고 해서 그냥 내 목소리를 넣었다”며 웃었다. 권정열은 “십센치만의 치기 어린 감성을 살리기에는 노래를 잘하는 편이 아닌 (윤)철종이 형 목소리가 더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십센치의 매력 포인트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솔직한 가사다. 앨범의 첫 곡 ‘3집에 대한 부담감’부터 “인정받고 멋있는 아티스트 되고 싶지만 대충대충 넘어가면 안될까요 스리슬쩍 묻어가면 안될까요 노력 없이 부자 되면 안될까요”라고 노골적인 욕망을 표출한다. 하지만 뭔가 있어 보이는 척하는 예술가들의 모습에 대한 풍자처럼 읽히기도 한다.
그럼 이들은 정말로 그저 돈을 벌고 싶을까. 권정열은 “어쿠스틱 음악을 하시는 분들은 많지만 그 중에서도 무언가를 갈구하는 듯한 음악을 하는 것은 십센치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앨범을 통해 십센치만의 음악이 사람들에게 각인되고 한국 음악사에 족적을 남기는 그룹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