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시 삼랑진읍 용전리 산골에 자리한 절 만어사(萬魚寺)를 찾으면 주변 골짜기를 가득 메운 검은색 돌들을 만난다. 이름 그대로 수만마리의 물고기를 닮은 바위들이 한데 모인 너덜겅(돌이 많이 깔린 비탈)이다. 두드리면 종처럼 맑은 소리가 난다고 해서 종석(鍾石)이라고도 불리는 이 바위들은 갖가지 형태의 물고기들이 만어사를 향해 물살을 거스르는 모습을 하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뒤엉키고 요동치는 물고기 형상이 꼬리부터 몸통까지 선명하게 나타난다. 2천여년 전 가야국 수로왕 때 건립된 것으로 전해지는 만어사는, 먼 길을 떠난 동해 용왕의 아들이 이곳에서 큰 미륵돌이 되자 뒤를 따르던 수 많은 고기떼가 함께 크고 작은 돌로 변했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 늦가을 저녁, 햇살에 빛나는 만어석 사이를 뛰노는 어린 아이의 모습이 마치 물고기 비늘의 전설처럼 신비롭고 친근하다.
밀양=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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