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료, 삭발 투혼…‘악전고투’ 우리카드
0-3 완패로 끝났지만 우리카드는 ‘죽을 힘’을 다했다.
우리카드는 17일 경기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OK저축은행전에서 2세트 31-31 듀스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쳤다. 1승8패로 최하위지만 물러서지 않으려는 집념이 빛났다.
강만수(59) 우리카드 감독은 최근 팀의 주전 최홍석(26), 김정환(26), 김광국(27), 김시훈(27) 등이 심리치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강 감독은 “팀이 잇달아 지면서 선수들 표정이 어두웠는데 심리치료 덕분인지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들이 먼저 상담을 받는 게 좋겠다고 했고, 구단에서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강 감독은“심리적으로 쳐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면서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일 뿐이라고 위로한다”고 말했다.
강 감독이 제일 안쓰러운 것은 주전들이 대거 빠져나간 팀의 전력이다. 강 감독은“이번 시즌 좋은 선수들이 빠져나갔고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거포가 없어 아쉽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5일 프로배구 미디어데이에서도 강 감독은“(신)영석이도 없고~(안)준찬이도 없고~”라는 농담으로 좌중을 웃게 만들었지만 그만큼 고민이 깊었다. 팀의 ‘에이스’신영석(28), 안준찬(28), 박상하(28)가 군에 입대하면서 빈 자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 덕분에 잘 나가는 팀들을 봐도 강 감독은 허탈하기만 하다.
지난해 주장이었던 ‘맏형’ 송병일(31)은 5일 1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삭발을 했다. 송병일의 짧은 머리는 팀의 5연패에 대한 책임감을 통감한 듯한 그의 마음을 대변했다. 송병일의 삭발 이후 김시훈 등 다른 선수들도 머리를 짧게 깎았다. 굳은 심지가 통했는지 우리카드는 5일 OK저축은행에 3-2로 이기며 유일하게 OK저축은행의 연승행진을 막은 팀이 됐다.
강 감독 역시 선수들을 다독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강 감독은 이따금씩 선수들에게 개인 카톡을 보낸다고 했다. “깨부수러 가자!”라며 기운을 불어 넣는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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