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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지 팀 자존심으로"...투혼의 '최종주자'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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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지 팀 자존심으로"...투혼의 '최종주자' 부산

입력
2014.11.1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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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중고생만으로 팀 구성...매 구간 꼴지 불구 포기 없이 완주

올해부터 마라톤 중흥 5개년 계획..."2018년엔 좋은 결과" 자신감

제60회 부산~서울 대역전경주대회 사흘째인 18일 시ㆍ도 대표 주자들이 대구~김천구간 중 1소구간 대구 도심을 빠져 나오고 있다. 충북이 사흘연속 단독 선두자리를 지켰다. 대구=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제60회 부산~서울 대역전경주대회 사흘째인 18일 시ㆍ도 대표 주자들이 대구~김천구간 중 1소구간 대구 도심을 빠져 나오고 있다. 충북이 사흘연속 단독 선두자리를 지켰다. 대구=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아이디타로드’는 매년 3월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15일 간의 개썰매 경주다. 인간과 동물이 한 팀이 돼 영하 70도의 혹한과 시속 100㎞의 강풍, 눈보라를 뚫으며 1,600㎞를 달린다.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이 대회에선 꼴찌를 꼴찌라 부르지 않는다. 레드 랜턴 머셔(Red Lantern Musher) 즉, 등불을 끄는 썰매몰이꾼이다. 최하위 팀이 도착점 옆의 불을 끄는 순간 그날 레이스가 끝난다는 의미다. 주최측은 레드 랜턴 머셔에게 별도의 시상을 하면서 완주에 대한 존경과 경외심을 표한다.

제60회 부산~서울 대역전경주대회(이하 경부역전마라톤) 사흘째(대구~김천)를 맞은 18일. 8개 소구간 도착점마다 유난히 가쁜 숨을 내몰아 쉬며 털썩 주저앉는 팀이 있었다. 도로에 드러누워 펑펑 울기도 했으며, 괴성을 지르는 일부 선수도 있었다. 이들에게는 점퍼와 수건을 전달하려는 경기 보조요원의 손길도 썩 달갑지만은 않은 듯 했다.

부산이었다. 지난해 11년 만에 재출격한 부산 선수들이 골인 직후 힘없이 쓰러졌다. 부산은 각 소구간의 최하위를 도맡아 하며 중간 기록에서 1위 충북(7시간24분13초)에 1시간30분 넘게 뒤진 9시간02분34초를 찍는 중이다. 여자 선수가 없는 8위 대구(8시간15분06초)에도 46분 가까이 뒤쳐졌으니 이번 대회 꼴찌는 사실상 확정이다.

그러나 육상 관계자들은 이들의 투혼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타 시ㆍ도 지도자들도 “얼마 안 남았다. 끝까지”라며 부산 선수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선수단 구성에 애를 먹은 부산은 실업 팀 소속이 단 1명도 없다. 대학생 3명을 제외하면 모두 고교생, 중학생이다. 그것도 400m 단거리, 경보 선수가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려 생전 처음 6~10㎞를 경험하고 있다. 울고 쓰러지고, 짜증내고, 화가 나는 게 당연한 셈이다.

그래도 중도에 포기한 선수가 1명도 없다. 8위에 10분 넘게 뒤쳐졌어도 출발점부터 도착점까지 전진하고 있다. 달리기가 아닌 걷는 수준이라 해도, 단 한 번도 멈춰서지 않았다. 붙박이 꼴찌가 아닌 진정한 레드 랜턴 머셔. 바로 부산을 가리키는 말이다.

김용범(54) 부산 감독은 “몇 년 전 대학교 육상부가 해체되면서 선수 수급에 큰 어려움이 있지만 포기하지 않는 우리 선수들이 정말 대견하다”며 “경부역전마라톤 출발지 부산 아니겠는가. 자존심을 걸고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어 “올해부터 마라톤 중흥 5개년 계획을 세워 추진 중이다. 2018년에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꾸준히 경부역전마라톤에 참가해 기량을 끌어 올리겠다”고 덧붙였다.

사흘 내내 충북이 압도적인 1위를 지킨 가운데 중간 기록에서 서울, 경기, 전남이 2~4위에 위치했다. 이들 3팀은 대구~김천 대구간을 4시간03분04초(전남), 4시간03분06초(경기), 4시간03분08초(서울) 등 2초 차이로 잇달아 통과했다.

김천=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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