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 The Art of Conversation (회화의 비법)
IS(Islamic State)가 서방 인질을 참수하는 동영상을 공개했을 때 서방 언론은 인질의 억양을 듣고 그의 출신지를 추적해야 했다. 미국 기자 James Foley가 참수됐을 때(He was beheaded in August 2014) AP통신은 언어수사학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런데 영국 전문가들도 참수된 인질의 억양을 알아내는 데 애를 먹었다. 왜냐하면 Foley 기자는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나 뉴햄스셔주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이 경우 차라리 미국 언론에 노출시키면 각 지역민이 더 쉽게 알아낼 수 있고 미국 발음의 전문가가 더 쉽게 추적할 수 있다. 최근 법의학 못지 않게 법언어학(Forensic linguistics) 수사기법이 자주 쓰이는 것은 한 사람의 Accent 속에 그의 교육 배경, 출신지 등 수많은 정보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외국인 학습자로서의 accent는 원어민의 억양과 다르기 때문에 한국어의 특징이 영어에 묻어나게 된다. 영남 출신의 영어 발음과 호남 출신의 영어 발음 차이가 크지 않은 반면 한국인의 특징적 영어 발음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원어민들은 이따금 호기심으로 외국인들 중에서 어느 나라 사람의 영어 발음이 매력이 있느냐 설문 조사를 하는데 듣기 난해하다는 중국인의 발음보다는 한국인이 낫다는 평가를 받지만 일본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는 그리 반가운 얘기가 아니다. 텍사스 출신의 한 중년 신사는 호주 여성과 2년 사귀었고 독일에서 5년을 거주한 뒤 스위스 사람들과 업무상 교류하기 때문에 이들 몇 가지의 억양을 정확히 알아낸다고 한다. 처음 몇 마디만 들어도 그 사람의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Personal Accent는 호감ㆍ비호감 판단에 영향을 끼친다. 펜실베이니아주의 맨체스터 도시와 인근 소도시는 불과 몇 십 km마다 발음의 차이가 있는데 이는 초창기 Dutch(네덜란드) 정착민들과 외부 유입 인구의 혼재에서 마을마다 조금씩 발음의 차이를 보이게 된 경우다. 발음 차이로 출신 배경과 민족 특징까지도 알아낼 정도다.
American Accent라고 말할 때도 대충 영국 억양과 비교 차원의 지칭일 뿐 미국 내의 억양 차이는 지역마다 다르다. American Standard Accent라는 용어 자체를 거부하는 미국인들은 ‘보편적 미국 발음’(General American Accent)이라고 부르는데 이 또한 그냥 중립발음을 가상한 명칭일 뿐이다. 이런 점을 모두 감안하면 영어 학습자가 모델로 삼고 배워야 할 억양은 상대가 듣기 쉬운 발음이 우선이고 쉬운 말로 영어를 시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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