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이달 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로 방북했을 당시 북한 관리들이 북한인권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고 비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클래퍼 국장은 16일 방영된 미국 CBS방송 시사대담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과의 인터뷰에서 방북 당시 북한 관리들과 나눴던 만찬 대화 내용의 일부를 소개했다. 클래퍼 국장은 “방북 기간 북한 관리들과 만찬을 하는 자리에서 간단한 대화가 있었다”며 “그러나 북한 관리들의 많은 발언 속에는 일종의 ‘제도적 편집증’(institutional paranoia)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례로 북한 관리들은 한미 합동훈련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가 하면 일정 시점에 가서는 북한 인권문제를 꺼내 들었다”며 “미국이 개입주의적 접근 기조에 따라 자신들의 내부 문제에 간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로 밀고 당기는 대화가 오갔으며 유쾌한 저녁식사 자리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클래퍼 국장은 “북한 관리들은 자신과의 대화에서 북미 관계 돌파구가 나오지 않아 실망했다”며 “그들은 스스로 북한이 포위됐다고 느끼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클래퍼 국장이 방북 당일인 지난 7일 저녁 북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김영철 정찰총국장 등과 만찬식사를 했다고 15일 자로 보도했다.
클래퍼 국장은 이번 방북이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반드시 하고 싶은 일)의 하나였다며 “허가를 받고 북한 영공에 들어간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1985년 12월 주한미군 사령부에 근무할 당시 헬리콥터를 타고 북한 영공에 들어간 일이 있었다”며 “북측이 사격을 가했고 우리는 다행히 남측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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