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곤궁에 빠지자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은 49개국 가운데 어느 나라가 진짜 맹방(盟邦)인지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17일 유엔과 주요 외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내용의 대북 인권결의안의 유엔 총회 상정이 눈앞에 다가오자, 그나마 북한에 동조하는 6, 7개 국가 명단이 거론되고 있다.
북한의 핵심 우방으로 기록될 이들 국가의 가장 맨 위에는 쿠바가 있다. 쿠바는 유럽연합(EU)이 대북 인권결의안 초안을 내놓자마자, 북한을 대신해 ICC 회부 조항을 빼기 위한 막후 협상을 벌였다. 또 EU와의 협상이 어그러진 뒤에는 스스로 직접 나서 ICC 조항이 빠진 별도의 결의안을 만드는 방식으로 유엔 무대에서 북한의 편을 들고 있다. 유엔 관계자들은 “북한과 쿠바는 김일성 전 주석과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 평의회 의장이 통치하던 시기부터 미국을 공동의 적으로 삼아온 역사적인 우방”이라고 말했다.
쿠바 다음으로 북한이 의지하는 국가는 아프리카에 몰려 있다. 미국의 대북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에 따르면 인권결의안 저지를 위해 지난달 아프리카를 방문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국가적 환대를 받았다. 외무장관과 총리는 물론이고 최고권력자인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을 만난 것은 물론이고 유엔 총회에서 대북 결의안에 반대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아냈다. 올해 유엔총회 의장이기도 한 삼 쿠테사 우간다 외무장관은 “ICC 문제에 대해 우리는 언제나 친구(북한)와 함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8노스는 우간다와 북한의 긴밀한 관계를 두 나라의 국방ㆍ안보 분야에서 다져진 오랜 협력의 역사에서 찾는다. 우간다에는 과거 이디 아민 대통령 시절부터 북한의 군사 고문단과 군수품 기술자들이 진출했는데, 지금도 우간다는 다량의 북한제 무기를 수입해 북한의 주요 외화 공급국으로 지목되고 있다.
38노스는 김영남이 우간다와 함께 방문한 이디오피아, 수단, 콩고공화국 등은 물론이고 1960년대 냉전시대부터 북한제 무기를 수입해온 앙골라, 짐바브웨, 에리트리아도 북한의 우방 그룹으로 분류했다.
북한이 인권결의안 저지를 위해 가장 큰 기대를 거는 곳은 러시아로 추정된다. 이미 한국과 가까워진 중국의 경우 국제여론을 의식해 기권을 선언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유엔에서 대북 인권결의안의 제3위원회 회부 및 통과가 이번 주 이뤄질 예정인 가운데 17일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김정은 특사자격으로 러시아 방문길에 오른 것도 이런 포석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류된다.
한편, 유엔 주변에서는 북한과 몇몇 우방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제 여론의 절대적 지지 속에 북한 권력 핵심부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지우는 인권결의안 통과를 기정사실로 받아 들이고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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