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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의 길 위의 이야기] 엄마 반성 쿠키

입력
2014.11.1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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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내가 차를 자주 마시다보니 애들도 차를 마시겠다고 난리여서 국화차 같은 것을 끓여 내준다. 일일 전통학교에 다녀오더니 차 예절을 배웠다며 한 손으로 찻잔을 받쳐 들고 홀짝인다. 자주 화내고 야단쳐서 미안해질 때면 아이들과 함께 밀가루 반죽 놀이를 한다. 반죽을 주물럭거리며 기분을 좀 풀어주려고 애쓴다. 설탕과 버터를 넣은 반죽을 대충 납작하게 빚어 구워내는데 맛도 모양도 별로다. 그런데 아이들은 함께 만든 쿠키를 자랑스러워하며 맛있게 잘 먹는다. 일종의 엄마 반성 쿠키인데 그걸 좋아라 먹는 아이들을 보면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알게 된다. 오늘은 먹다 남은 무화과가 있어서 잼을 만들었다. 푹푹 끓여 졸이니 향긋했다. 잼을 만든 김에 빵을 구워 찍어 먹었다. 빵 반죽이 어설퍼서 영 맛이 없었지만 아이들은 빵 위에 무화과 잼과 생크림을 얹으며 즐거워했다. 여섯 살 큰 아이는 어버이날 케이크를 자신이 만들겠다가 밑도 끝도 없는 약속을 해댔다. 어릴 적 부모님의 고향에 가면 시골아이들이 설탕을 집어먹다 그 마저도 부족하면 치약을 짜서 빠는 애들이 있었다. 밥을 굶는 건 아니었으나 뭔가 좀 다른 것이 필요했으리라. 허기를 때우기 위해 진흙 파이를 굽는 아프리카 아이들도 생각이 난다. 설사의 고통을 알면서도 뭔가 좀 씹을 것이 필요한 것인데 밀가루 한 국자가 없어서 고운 흙을 체로 걸러 굽는 가난함이 이 세상에는 언제나 동시에 존재한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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