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뇌과학연구소 실험, 상형문자 한자를 더 오래 기억
사람들이 한글과 한자를 읽을 때 뇌의 각기 다른 영역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글보다 한자를 더 오래 기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한글과 한자 교육을 병행하면 뇌의 다양한 부위를 활성화 할 수 있을 전망이다.
16일 가천대 뇌과학연구소 연구팀에 따르면 실험을 통해 한글과 한자를 읽을 때 반응하는 뇌 부위와 인지력에 차이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대한의학회의 국제학술지(JKMS) 최근호를 통해 이를 밝혔다.
실험은 한자를 읽을 줄 아는 평균 28세의 성인 남녀 12명을 대상으로 뇌에 라디오파를 전사해 되돌아오는 전자기파를 측정해 진단하는 기능자기공명영상(fMRI) 이용 방식으로 이뤄졌다. 연구팀은 앞서 자주 접하는 한글단어 150개와 한자교육진흥원 기준 5급 수준의 2음절 한자 단어 150개를 선정했고, 이들에게 한 단어당 1초씩 30개 단어를 30초 동안 발성 없이 읽게 한 뒤 30초간 쉬도록 했다.
그 결과 한글과 한자를 읽을 때 모두 뇌의 좌반구를 이용하지만 각기 다른 부위가 활성화됐다. 한글은 좌반구의 각이랑과 하전전두엽, 한자는 좌반구의 브로카영역과 전운동영역, 상두정엽, 방추상화를 포함한 2차 시각피질 부위의 움직임이 증가했다.
연구팀은 한자와 한글에 대한 기억력 차이도 실험했다. 평균 27세의 남녀성인 12명을 대상으로 ‘美玉(미옥)’, ‘貞玉(정옥)’, 현자, 동은 등 한자와 한글이름 40개를 무작위로 보여준 뒤 1분, 10분, 120분 간격으로 이를 다시 섞어 보여주고 기억나는 이름을 찾도록 했다.
실험 결과 한자이름은 한글이름보다 인지 기억이 오래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자는 1분, 10분, 120분 후 인지기억의 정확도가 0.96, 0.88, 0.79로 나왔지만 한글은 모두 그보다 낮은 0.52, 0.28, 0.12로 측정됐다.
연구팀은 인간의 인지 기능이 시각 위주로 진화됐고, 한자는 한글보다 시각적 측면이 강조된 상형문자이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연구 책임자인 김영보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한자와 한글의 뇌 활성화 영역이 서로 다른 만큼 학생들에게 한자와 한글을 병행 교육한다면 더 많은 뇌 영역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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