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자유무역협정(FTA) 드라이브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중국과의 FTA를 전격 타결한 데 이어 5년 5개월여를 끌어온 뉴질랜드와의 FTA도 그제 매듭됐다. 베트남과의 FTA 협상도 연내 타결을 목표로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무역으로 먹고 사는 마당에 FTA 확대에 매달리는 건 당연하다. 다만 미국 중국 EU 등 주요 경제권과의 FTA 체결이 일단락된 만큼 그 동안의 FTA를 되돌아 보며 차분히 실제 득실을 점검해 볼 때다. 특히 취약 산업인 농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국내 농축산업 경쟁력 제고에 필요한 중장기 정책을 재점검해야 한다.
뉴질랜드와의 FTA는 내년 중 발효가 예상된다. 한국은 쌀 등 농업 분야에서 전체의 12.8%인 194개 품목을 개방 대상에서 뺐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국내 축산 농가와 키위 재배 농가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3위를 점하는 뉴질랜드 산 쇠고기는 15년 내, 키위는 6년 내 관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국회 외교위에서 비준 동의안이 통과돼 본회의를 거쳐 조만간 발효될 호주 및 캐나다와의 FTA도 쇠고기 등의 관세장벽을 단계적으로 낮추도록 해 두었다. 농림부는 두 FTA 발효에 따른 축산 농가 피해가 15년 간 1조7,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여기에 뉴질랜드산까지 더하면 피해는 더울 커질 수밖에 없다.
한중 FTA는 낮은 수준의 개방에 합의, 고추와 마늘 등 581개 품목의 관세는 깎지 않거나 조금만 내리기로 했고, 쇠고기를 비롯한 축산물 대부분도 개방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살아있는 육우와 젖소는 무관세로 들여올 수 있어 국내 축산업계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수입 소도 국내에서 6개월 이상 키우면 국내산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사실상 중국에 쇠고기 수출 길을 열어 준 셈이다.
정부는 농업 강국과의 잇단 FTA가 농축산업 분야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고 각종 대책을 세우고 있다. 이미 대 호주ㆍ캐나다 FTA와 관련, 축산 농가를 위한 2조1,000억원의 지원책을 내놓았다. 다만 이런 지원책이 정교하게 설계되지 못할 경우 예산만 낭비하고 국내 축산업 경쟁력은 제자리 걸음 상태에 빠질 수 있다. 2004년 칠레를 시작으로 미국, EU와 FTA를 잇따라 체결하는 과정에서 농업분야에 30조원 안팎이 지원됐지만, 국내 농업 경쟁력의 향상은 여전히 의문이다.
이제라도 그 동안의 농업분야 지원책의 실효성에 대한 재점검을 토대로 15년, 20년 앞의 장기 경쟁력 강화책을 고민해야 한다. FTA로 혜택을 보는 제조업체의 이익을 농업부문에 일정 부분 되돌리는 ‘무역이득공유제’의 제도화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래야 농민이 살고, 도시 서민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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