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가톨릭교도 의사 모임서 발언 "하느님과 창조물에 죄 짓는 행위"
인공수정·배아 줄기세포 연구엔 "생명을 가지고 노는 것" 비판도
“안락사를 존엄한 죽음으로 여기는 것은 그릇된 연민이다.”
동성애와 여성인권, 사회적 약자 보호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 파격적 행보를 거듭해왔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죽을 권리’를 주장하는 이들에게는 엄격한 종교적 잣대를 들이댔다. 전세계적으로 존엄사를 인정하는 여론이 확산되는 분위기 속에서 나온 경고성 발언이라 주목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이탈리아 가톨릭교도 의사 모임에 참석해 “안락사는 하느님과 창조물에 대해 죄를 짓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교황은 죽을 권리를 주장하는 운동은 환자나 노인이 쓸모 없다고 여겨지면 그냥 내버려지는 현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라고도 역설했다.
교황의 발언은 최근 미국인 여성 브리트니 메이나드가 뇌종양 말기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 존엄사를 택해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바티칸의 생명윤리 관련 최고 담당자는 메이나드의 선택에 대해 “비난 받을 만한” 행동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교황청의 이냐시오 카라스코 데 파울라 몬시뇰 생명학술원장도 “이 여성은 자신의 죽음이 존엄사라 여기겠지만 잘못된 생각”이라며 “자살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밝혔었다. 다만 교황은 메이나드의 사례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메이나드는 지난 1일 의사가 처방한 치사약품을 스스로 먹고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택 침대에서 숨졌다. 그는 존엄사를 결정한 지난달 초부터 자신의 심경이 담긴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며 고통스럽게 생명을 연장하는 대신 죽음을 택하는 편이 훨씬 가치 있다고 거듭 밝혀왔다. 일부 언론은 메이나드의 선택이 전세계 시한부 환자들에게 존엄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계기를 마련해줬다고 평가했다.
교황은 이날 낙태와 인공수정,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도 반대하는 가톨릭 교리를 새삼 강조했다. 그는 인공수정을 “과학적 생산물”로, 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다른 이들을 살리기 위해 인간을 실험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각각 표현하며 “생명을 가지고 노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비판했다. 교황은 이날 모임에 참석한 의사들에게 양심의 반대에 부딪히더라도 삶의 존엄성을 중시하는 교리를 따르려면 “용기 있고 정상적인” 결정을 하라고 촉구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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