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안보환경 변화와 한국의 선택지와 관련, 미국의 입장은 간단하다. “한국이 중국과 가까워지는 것은 환영한다. 그러나 ‘한미동맹’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이다. 실제로 지난 주 한국이 예상보다 빨리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시키자, 미국은 다각적 경로로 우리 정부에 경계감을 표시했다.
워싱턴 주요 싱크탱크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이 임박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또 결국 미국을 선택할 것으로 기대하는 한편, 그 대표 사례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로 예상하고 있다.
베넷 브루스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안보 위협과 한국 형편상 한미동맹 수준을 낮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는 “한국군이 주한 미군 전력을 완전히 대체하려면 연간 방위비로 100조원 이상을 지출해야 하며, 병사들의 의무복무 기간도 최소 4년으로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미 의존적 상황이 한국인 자존심을 상하게 하겠지만, 동맹 수준을 낮추면 안보상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루스 연구원은 “사드를 끝내 거부할 수도 있겠으나, 한국인들은 북한 핵이 서울이나 부산에 단 한 발 떨어져도 20만명이 숨지고 그 이상이 치명적 부상을 입고, 1,000조원의 피해가 난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한 붕괴 시에도 100만명이 넘는 북한군과 50만명의 보안요원 등을 통제하려면 미국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노동미사일은 이미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으며 현재 일본과 남한을 위협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다른 나라들과 통합되지 않은 낮은 수준의 미사일방어체제로 북핵과 생화학 무기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겠다는 뜻을 꺾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국가정보국(DNI) 제임스 클래퍼 국장의 방북으로 불거진 ‘통미봉남’우려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을 배제하고 북한과 협상했던 20년 전 ‘제네바 합의’때와 비교하면 남북 격차가 확대됐고, 북한 정권에 대한 불신이 미국 조야에 확고하다는 것이다. 워싱턴 외교가의 고위 관계자는 “클래퍼 방북에도 불구, 정책 변화는 없다는 미국 측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동맹이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을 벗어나 미국의 글로벌 전략과 궤를 맞추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중견국 외교의 주요 멤버가 된 한국이 에볼라 창궐과 같은 보건안보와 주요 분쟁지역에서의 평화유지 활동 등에서 미국의 원군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2015년에는 두 나라가 이들 분야에서 구체적 협력의 틀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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