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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야구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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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야구와 인생

입력
2014.11.14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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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물든 단풍과 함께 찾아온 한국시리즈가 야구팬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막을 내렸다. 삼성이 4승을 챙기며 넥센을 제치고 승리했지만 한 경기 한 경기 숨막히는 명승부가 이어졌다. 1963년 대학 야구팀 선수로 활약하며 야구인으로 살아온 내가 보기에도 그랬다. 야구에서는 종종 9회말 2사 후 역전극이 펼쳐진다. 이긴 팀의 팬들은 짜릿한 승리를 만끽하지만, 진 팀의 팬들은 다 이겼던 게임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이것이 야구의 묘미다. 수많은 사람들이 야구를 사랑하는 이유다.

이번 한국시리즈 5차전이 그랬다. 4차전까지 삼성과 넥센이 2대2로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호각지세였다. 5차전에서는 8회 초까지 넥센이 1대0으로 앞섰다. 삼성은 8회 말 절호의 기회를 잡았으나 살리지 못했다. 게임이 그대로 끝나는 듯 보였으나, 9회 말 2사후 삼성의 역전극이 벌어졌다. 그야말로 믿기지 않는 한편의 역전드라마였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집중력의 결과로 승리를 이끌어 냈고 6차전에 대승을 거두고 사상 최초로 4년 통합 우승을 거두었다.

우리네 인생도 야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잘 나가던 공인들이 재물이나 명예에 대한 잘못된 유혹에 이끌려 하루아침에 추락하는 광경을 종종 볼 수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성공했던 그들의 중반전이 허무하게 무너져 버린다. 반면 하는 일 마다 실패하면서 어려운 인생을 살아왔던 사람이 뒤늦게 성공해 명예와 부를 거머지는 경우도 본다. 자신에 대한 확신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의 결과일 것이다.

1940년 혜성처럼 나타나 기념비적 불멸의 대기록 56경기 연속 안타 등 대기록을 남기고 명예롭게 야구계를 은퇴한 뉴욕 양키스의 조 디마지오야말로 야구와 사랑의 인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전설적 야구의 황제였다. 헤밍웨이조차 그의 플레이의 고상함과 우아함을 칭송할 정도였다. 그는 마치 야구하듯이 묵묵하고 성실하게 인생을 살아왔고 평생토록 마릴린 먼로를 사랑했고 그 사랑을 완성시켰다. 먼로는 많은 사람들과 염문을 뿌리며 조 디마지오를 실망시키는 일을 반복했지만 먼로를 포기하지 않고 최후를 지켜줬다. 1999년 사망할 때까지 먼로의 묘소에 꽃을 바치며 홀로 47년을 살았다. 은퇴 후에도 사랑을 지키며 성공된 인생을 이끈 선수다.

지금 우리는 100세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에 비하면 우리의 인생이 많이 길어졌다. 무엇이 성공한 인생이고, 무엇이 실패한 인생인가를 가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나이와 상관없이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쫓아 최선을 다하는 것은 아름답고 성공적인 인생이라는 것이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마라톤 완주에 도전하는 인생이나 일흔이 넘어 동남아 국가에서 봉사하는 인생도 아름답다. 각자 나이를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인생, 그 인생이야말로 아름답고 성공적인 인생일 것이다.

홍양자 이화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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