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만점자 비율 3~4% 예상
과거 1% 넘긴 적도 없어 이변
영어 만점자도 속출 점수 인플레
'물 수능' 타과목으로 확대 땐
수능 무용론 등장할 가능성도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치르는 수학B형이 유난히 쉽게 출제되면서 최상위권 학생들의 입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쉬운 수능 영어’ 기조에 따라 영어 영역까지 쉽게 출제되면서 수학B형과 영어의 만점자들이 속출, 의예과 등 인기학과의 경우 동점자 처리 기준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입시업체 메가스터디는 14일 수험생 3만5,327명의 가채점 점수를 취합한 결과 수학B형의 1등급 구분점수를 100점으로 예상했다. 이는 시험문제를 다 맞혀야 1등급을 받고, 1문제만 틀려도 2등급이 된다는 의미다. 인문계열 수험생이 치르는 수학A형도 1등급 구분점수가 96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수능 수학 A, B형의 1등급 구분점수가 각각 92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확실히 쉽게 출제된 것이다. 대성학원, 유웨이중앙교육, 비상교육, 진학사, 하늘교육 등 다른 입시업체도 마찬가지로 수학A, B형의 1등급 구분점수를 각각 96점과 100점으로 예상했다. 메가스터디는 수학 A, B형의 만점자 비율이 각각 3.4%, 4.05%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역대 수능 수학에서 만점자 비율이 1%를 넘긴 적이 단 한번도 없다는 점에서 엄청난 ‘점수 인플레이션’이 예고된 셈이다.
이미 쉬울 것으로 예고됐던 영어 영역도 올해 1등급 구분점수가 98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영어B의 1등급 구분점수가 93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아주 쉽게 출제된 것이다.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1~2 문제를 실수할 경우 등급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국어 영역은 A형의 경우 올해 1등급 구분점수가 97점으로 추정돼 작년(96점)보다 1점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국어B형은 상당히 어렵게 출제돼 작년(96점)보다 5점이나 하락할 것으로 입시업체들은 공통적으로 예상했다.
수학B, 영어가 쉽게 출제되면서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의 ‘눈치 작전’이 가장 치열할 전망이다.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치른 국어A, 수학B, 영어 영역의 1등급 구분점수가 작년보다 대폭 상승하면서 변별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수학B형이 너무 쉽게 출제된 탓에 만점자가 속출할 것이고, 수학B에서 만점 받을 정도면 쉬웠던 영어에서도 만점 받을 수험생들이 많을 것”이라며 “의예과 등을 중심으로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들 간의 전략 싸움이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연계열 최상위권이 몰리는 인기학과의 경우 동점자 처리 기준까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수능 변별력이 떨어지면서 그 어느 해보다도 동점자 처리 기준을 잘 살펴야 하는 상황”이라며 “가장 마지막 기준인 나이 순서로 합격자를 가리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 절대평가 도입이 추진되면서 향후 다른 영역에서도 ‘물 수능’ 기조가 유지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올해 수학처럼 다른 과목들도 쉽게 출제될 경우 ‘수능 무용론’, ‘수능 절대평가’ 등의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임성호 대표는 “올해 수능은 상위권부터 하위권까지 누구 하나 반기지 않는 너무나 극단적인 ‘점수 인플레이션’ 현상을 낳았다”며 “대학들은 수능 성적에 대한 불신으로 정시 모집을 줄일 가능성이 크고, 수험생들도 수시 모집에 집중할 텐데 이런 수능 기조가 지속된다면 ‘수능 무용론’이 등장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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