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연금 연계·신규교원 감소 탓 2022년부터 내리막… 2033년 고갈
1973년 이미 적립기금 고갈, 정부 보전금이 연금의 절반 넘어


공무원연금 개혁은 사실상 사학연금과 군인연금의 개혁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은 사학 교직원 연금액을 계산할 때 공무원연금 산정방식을 상당 부분 따르도록 규정돼 있는 등 공무원연금법을 준용하는 규정이 많다. 군인연금법도 공무원연금법이 개정될 때마다 관례적으로 그 내용에 맞춰 바뀌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정치적인 부담을 이유로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개혁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미 공무원 조직의 저항이 거센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결속력이 큰 군인과 교사들의 반발이 확산될 경우 자칫 공무원연금 개혁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흑자지만 미래가 불안한 사학연금
사학연금은 공무원연금, 군인연금과 달리 현재 적립기금이 유일하게 흑자구조다. 사학연금공단에 따르면 사학연금은 2022년 기금액이 23조8,000억원으로 정점을 찍는다. 하지만 이후 기금이 줄어들기 시작해 2033년엔 고갈이 예상된다.
재정 고갈 원인은 공적연금 연계 제도와 지속적인 저출산율로 예상되는 신규교원 감소다. 기존 사학 교직원들은 20년 이상 근속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었다. 사학 교직원 퇴직자의 80%는 20년 미만 근속자로 이들에겐 퇴직수당만 지급됐다. 그런데 2009년 국민연금과 사학 연금 가입기간을 합산해 연금을 지급하도록 하면서 근속기간이 20년 미만인 수령자가 급속히 늘어나게 됐다. 저출산에 따른 지속적인 신규 교원 감소도 사학연금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정부가 보전해줘야 할 사학연금 재정적자 규모를 2033년 5조4,000억원에서 2080년엔 연간 8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때문에 2009년 공무원연금 개혁 때 사학연금도 공무원연금처럼 자동적으로‘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손질됐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에 맞춘 사학연금법의 개정은 이번 개혁에도 적용되지만 퇴직수당이 걸림돌이다.
전문가들은 퇴직수당과 관련한 법 개정에 정부와 사립학교 법인간의 갈등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현행 사립 초ㆍ중ㆍ고 교직원의 퇴직수당은 정부가 모두 부담하지만, 사립대 교직원 퇴직수당은 법인(40%)과 정부(60%)가 나눠 부담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따른 연금 삭감 보전 조치로 새누리당은 퇴직수당의 현실화를 내걸었기 때문에 사학연금법도 개정이 불가피한데 사립대 교원의 퇴직 수당을 올려줄 경우 사학 법인과 정부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주은선 경기대 교수는 “정부가 민간의 최대 39% 수준인 퇴직수당을 100%로 올린다면, 사립대 교원의 퇴직수당 재원마련을 놓고 서로 조금이라도 덜 부담하기 위해 사학법인과 의견충돌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학연금의 특성이 무시된 채 공무원연금에 맞춰 개혁되는 것에 대한 사학 교직원들도 불만도 크다. 송선기 사학연금가입자연대 공동대표는 “사학연금은 특수직역 연금가운데 유일하게 부채가 없고, 정부 부담금도 2.9%(공무원ㆍ군인연금은 7%)에 불과하다”며 “사학연금을 개혁하려면 별도의 논의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A사립중의 근속 17년차 교사인 이모(41)씨는 “연금 개혁과 관련해 공단에 조회해보니 30년을 재직해도 연금액이 200만원이 채 안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또 무슨 개혁을 하느냐”고 성토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더 강도 높은 사학연금 개혁을 주장했다. 배준호 한신대 교수는 “공무원연금은 기금이 모자라면 국가가 의무지급 해야 하지만, 사학연금은 의무지급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적자가 나도 정부 지원 대신 사립학교 직원들 스스로가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금으로 적자의 절반을 메우는 군인연금
1960년 공무원연금과 함께 시작된 군인연금은 1973년 이미 적립기금이 고갈됐다. 이에 따른 정부의 적자보전금은 지난해만 1조3,7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군인연금 총 지급액의 50.5%다. 군인연금의 적자보전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2080년에는 3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군인연금은 1960년 이전 전역 간부에 대해 납부금을 면제하고, 6ㆍ25 전쟁 등 전투 참가자의 복무기간을 가산(전투기간 3배)하면서 초반부터 재정이 취약했다. 또 계급정년 등으로 군인의 평균 퇴직 연령(43~45세)이 낮아 연금수령 시기(전역 후 다음달)도 빨랐다. 국가 헌신에 대한 보상 성격이 강해 공무원ㆍ사학연금법이 개정된 2009년에도 군인연금은 바뀌지 않았고, 결국 지난해 개정됐다. 급여 대비 납부금 비율이 5.5%에서 7%로 인상되는 등 타 연금과 형평성이 맞춰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난해 개혁이 ‘빈익빈부익부’가 가장 심한 군인연금의 근본적인 문제를 바꾸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00만원 이상 군인연금 수급자는 2만5,300여명(36.3%)이었으며, 170만원 이하 수령자도 2만2,500여명(35%)으로 양극화가 뚜렷했다. 평균 근속기간이 29.4년인 예비역 대령의 월 평균 연금액은 330만원으로, 다른 연금 대비 수령액이 많았다. 지난해 군인연금의 1인당 국고보전금(1,663만원)은 공무원연금의 국고보전금(546만원)의 3배다.
군인연금은 고위간부 출신의 연금이 높은 대표적인 ‘상후하박’ 구조다. 1972년 육군 하사로 임관해 2007년 원사로 전역한 염모(64)씨는 “수입 없이 170만원 연금을 받아 주택대출 상환하면 생활이 빠듯하다”며 “연금으로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것은 장성급 정도일뿐 대부분의 군 동료들은 아파트ㆍ공장 경비 등 최저임금을 받고 여전히 일한다”고 말했다.
배준호 한신대 교수는 군인연금 개혁에 대해 “전역 이후 재취업 등을 강화하는 방식과 함께 수령 시기를 전역시점이 아닌 ‘60세 이후’처럼 나이를 기준으로 하는 등 다각적인 개혁을 진행해야 군인연금이 존폐 기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평균 수명 등을 고려해 2080년까지의 군인연금 운용과 관련한 장기 재정 전망치 등을 추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한형직기자 hjhan@hk.co.kr
이상경 인턴기자(경희대 사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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