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사회적 합의체를 만들자는 주장은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공무원 단체 모임인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가 지난달 초 정부에 공식 제안한 내용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올해 안에 공무원연금 개혁을 마무리하려는 ‘속도전’에 초점을 맞추자, 공투본은 공무원연금, 국민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모든 공적연금의 당자사들이 참가하는 사회적 합의체를 구성한 뒤 정부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개혁 방향을 도출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사회적합의체 구성 방안은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이 지지하고 나서면서 힘을 얻고 있다. 공투본은 현재 국내외사례 수집과 조사를 통해 사회적 합의체 안을 만들고 있다. 사회지도층, 시민단체, 학계, 언론 등의 참여를 보장하고, 모든 관련 자료를 공개해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한다는 게 밑그림이다. 김한창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정책연구소장은 “공무원연금 개혁은 재정추계와 예산 관련 내용이 중요하므로 사회적 합의체 안에 재정과 예산 부분을 주요 분과로 설치하는 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사회적 합의체에 대해 공무원연금 개혁을 늦추기 위한 시간 지연용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 9월말 한국연금학회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공개된 이후 공투본이 세 차례 공식 요구한 사회적 합의체 구성에 대해 불가입장을 분명히 했다.
안행부 관계자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내후년 선거가 있는 정치적 일정 등을 감안해 늦어도 내년 초까지 공무원연금 개혁을 마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도 사회적 합의체 구성을 지지하고는 있지만, 본격적인 선거국면에 들어가기 전 공무원연금 개혁을 끝마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야당 관계자는 “내년 4월까지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통과에 시간이 있는 만큼 그때까지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의견을 최대한 모아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견 수렴에 초점을 맞춘 공투본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는 입장이다.
아울러 연금 개혁과 관련해 공무원법상 공무원에는 속하지만 노조활동 등 단체행동에는 제약이 따르는 군인 등의 의견을 어떻게 수렴하느냐도 사회적 합의체 구성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갈등 해소 차원의 사회적 합의체 구성에는 대부분 찬성표를 던졌지만 운영기간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원은 “사학ㆍ군인연금법이 공무원연금법을 따르는 규정이 많아 연쇄 조정이 불가피한데도 정부와 여당은 공무원연금 개혁에만 신경 쓰면서 종합적인 검토를 하고 있지 않다”며 “이것이 사회적 합의체가 필요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영국은 연금개혁에 사회구성원들의 합의를 도출하는데만 6년의 시간이 걸렸다”며 “연금개혁만큼은 정권이 바뀌어도 이전 정권의 내용을 토대로 진행하는 정치적 성숙함도 녹아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사회적 합의체가 연금 개혁의 속도를 늦추는 역할로 전락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태무기자 이상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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