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에 명시된 평등 권리 침해" 주장
“여성의 상반신 노출은 왜 안 되는 겁니까. 가슴 노출은 성적인 게 아닙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 시카고에 거주하는 일본 여성 다가미 소노코(41)는 시카고시의 공공 예절 조례가 미국 수정헌법 1조와 14조에 위배된다며 시를 상대로 지난 11일 소송을 제기했다. 경찰은 지난 8월 시카고 도심 미시간호변에서 열린 ‘고 탑리스 데이(Go Topless Day)’행사에 참여한 이 여성에 140달러(15만원) 벌금을 부과했다. 그는 “시카고시가 남성에게는 공공장소에서 상반신 노출 권리를 허용하면서 여성의 같은 권리는 제한하고 있다”며 “헌법에 명시된 평등하게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튜브에 올라 있는 당시 영상을 보면 여경 두 명이 상의를 탈의한 다가미에게 “가슴을 가리지 않으면 체포하겠다”고 경고한다. 그는 6분여 이들과 승강이를 벌이다 결국 입고 있던 연보라색 긴 치마를 가슴까지 끌어올렸다.
올해로 7년째를 맞는 '고(Go) 토풀리스 데이' 행사에는 수십명의 여성들이 상의를 탈의한 채 거리를 행진하며 여성의 상반신 노출 권리를 주창했다. 뉴욕, 시애틀, 피닉스, 애슈빌 등 미국 30개 도시와 캐나다 토론토 등 곳곳에서 열린다. 이 중 시카고시는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모유 수유를 위해 가슴을 드러내는 것은 허용하지만 그 외 가슴 일부 또는 유두를 노출하거나 불투명한 소재로 가리지 않았을 경우 최대 500달러(55만원)의 벌금형에 처한다.
다가미의 변호사인 케네스 플랙스맨은 “다가미가 이 행사에 수년째 참가하고 있으며 보디페인팅으로 가슴을 가렸기 때문에 조례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여성들은 가슴이 깊게 파인 옷을 많이 입는데 제재 기준이 모호하다”면서 “특히 시카고시는 이에 대해 매우 엄격한 편으로 조례안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992년 주 대법원 판결에 따라 여성의 상반신 노출을 규제하지 않는 뉴욕시에서도 논란이 잇따랐다. 지난 2012년 7월 뉴욕시 브루클린의 공원 벤치에서 상반신을 노출한 채 일광욕을 즐기던 한 여성이 공연음란 혐의로 체포됐다. 당시 경찰은 즉각 상의를 입으라고 지시했으나 여성이 거부하자 강제로 상의를 입히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여성은 3개월 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상반신 노출 예술가이자 여성 사진작가인 홀리 반 보스트(47)도 지난해 10월 뉴욕시 일대에서 상반신을 노출했다는 이유로 자신을 10여 차례 불법 체포한 경찰을 상대로 소송을 내 4만 달러(4,400만원)의 합의금을 받아내기도 했다.
2008년 호주에서는 프레드 나일 총재가 해변에서 상반신을 탈의하고 일광욕 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 도입을 추진했다. 프레드 총리는 당시 신체노출에 강한 거부감을 갖는 이슬람과 아시아계 주민 및 관광객을 고려해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시민들은 “해변을 찾는 사람들은 그 나름의 방식으로 즐길 권리가 있다”며 반대했다.
왜 남성은 상반신 노출을 허용하면서도 여성은 안 된다고 하는 걸까. 이 같은 법규를 두는 지역에서 일반적으로 차별을 두는 기준은 남성의 경우 젖가슴을 노출해도 성적인 흥분을 유발하지 않지만 여성의 경우는 다르다는 것이다. 데스몬드 모리스 같은 동물학자는 여성의 젖가슴을 성적인 기능을 가진 것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북미 일부 법정에서는 여성의 유선(乳腺)은 성기가 아니라 아기를 키우는 기관이라는 판결이 나온 경우도 있어 여전히 논란이다.
캐나다에서는 상반신 노출 평등을 주장하는 ‘톱프리 평등권협회’(TERA) 같은 단체도 활동 중이다. 이 단체는 다가미처럼 여성의 가슴을 노출할 권리를 주장하다 피해를 본 사람들을 지원하고 이 이슈를 여성 차별의 문제로 알리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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