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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네트워크 사회, 권력은 어디에

입력
2014.11.1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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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11일 발생한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폭탄 테러 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바르셀로나 광장에 촛불을 켜는 시민들. 스페인 정부와 언론들은 바스크 테러 집단 ETA를 배후로 지목했으나 국민은 개인 통신망을 통해 알카에다가 주범이라는 사실을 접하고 이라크 파병을 결정한 정부를 규탄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4년 3월 11일 발생한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폭탄 테러 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바르셀로나 광장에 촛불을 켜는 시민들. 스페인 정부와 언론들은 바스크 테러 집단 ETA를 배후로 지목했으나 국민은 개인 통신망을 통해 알카에다가 주범이라는 사실을 접하고 이라크 파병을 결정한 정부를 규탄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커뮤니케이션 권력

마누엘 카스텔 지음ㆍ박행웅 옮김

한울아카데미ㆍ710쪽ㆍ5만9,000원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차 폭파 사건이 일어나자 정부와 여당은 총선을 눈앞에 두고 이 사건의 주범이 바스크 테러 집단 ETA로 추정된다는 정보를 흘렸다. 이 사건이 스페인의 이라크전쟁 참여에 보복하려는 알카에다의 소행이라는 사실을 은폐하고 국민의 슬픔을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주류 언론이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할 때 독립언론과 국민의 휴대전화는 조용하고 신속하게 진실을 전파했다. 결국 당시 여당인 인민당은 큰 타격을 받았고 테러 발생 전 여론 조사와 달리 사회당이 선거에서 승리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뮤니케이션 학자이자 사회과학자인 마누엘 카스텔은 이러한 예를 분석하며 권력이 커뮤니케이션과 정보의 통제에 의지하는데 반대 세력은 그런 통제를 돌파하는 데 몰두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권력관계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관리를 통해 어째서, 어떻게, 누구에 의해 구축되고 행사되는가, 이런 권력관계가 공중의 마음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회적 행위자들에 의해 어떻게 변화될 수 있는가, 질문한다.

카스텔은 이 책에서 특히 마음의 문제에 주목한다. 정치란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고 사람들의 마음에 이르는 길을 통제하는 것이기에 “네트워크 사회에서 근본적으로 정치는 미디어 정치”라고 주장한다. 글로벌 네트워크 사회에서 권력이 어디에 있는지 답을 찾고자 카스텔이 미디어의 정치경제, 정치적 커뮤니케이션, 신경과학 등 여러 분야에서 발견한 것을 정리했다. 다소 장황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현대 사회의 정치와 커뮤니케이션 권력 관계에 대한 개론서로 적합한 책이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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