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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의 길 위의 이야기] 우리라는 이름의 우리

입력
2014.11.1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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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골을 넣었어!” 골목에서 태블릿 PC를 들여다보던 아이들이 환호하고 있었다. “우리가 빨간 옷이야?” 뒤늦게 대열에 합류한 아이가 물었다. “우리는 대회 나갈 때 거의 빨간색만 입잖아.” 그것도 몰랐냐는 듯 다른 한 아이가 톡 쏘아붙였다. “우리도 이제 축구나 하러 가자.” 무안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아이가 말을 돌렸다. 골목 어귀를 돌며 우리라는 말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 가족, 우리 동네, 우리 학교, 우리나라 등 우리는 내가 속한 공간이나 공동체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이때의 우리는 우리 뒤에 오는 말이 자기 자신과 친밀하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우리 집, 우리 차, 우리 땅 등 소속감을 넘어 소유권까지 담는 경우에는 우리라는 말에 모종의 힘이 실린다. 얼마 전 아버지와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이런 말씀을 하셨다. “우리 입맛에는 안 맞아.” 이때의 우리는 모호하다. “난 괜찮은데?” 우리 안에 당연히 내가 속한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아버지가 말한 우리는 아버지 세대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이처럼 살아가면서 우리는 무수한 우리를 갖게 된다. 동시에 우리라는 이름의 우리에 갇히게 된다. 우리에 포함되지 못해 소외감을 느끼기는 사람도 있고 우리라는 틀이 싫어서 자발적으로 우리를 떠나는 사람도 있다. 우리라는 말은 개인에게 안온함을 가져다 주지만, 책임을 떠안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심어줄 수도 있다. 우리가 항상 우리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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