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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재' 낀 그들, 퇴근까지 눈치보는 사연

입력
2014.11.1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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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기획재정부의 뜨거운 이슈는 세제도, 예산도, 정책도 아니었습니다. 내부통신망에 올라 논쟁을 일으켰던 사안은 바로 “우리 과장은 왜 퇴근하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통신망에 올라온 글의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오후 6시가 넘은 시각, 우리 부서 과장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일도 안 하면서 왜 퇴근을 안 하고 있나. 눈치 보느라 나도 퇴근을 못하고 있다.’

글이 올라오자 직원들이 추적에 나섰습니다. 내부 메신저 망을 들여다보면 어느 부서, 어떤 과장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당시 접속돼 있던 이들 중 평소에도 퇴근을 밥 먹듯 늦게 하는 몇몇 과장이 용의선상에 올랐다고 하네요.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업무 효율화 방침에 따라 별일 없으면 오후 6시 퇴근을 독려하는 상황이라, 해당 직원의 불만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갑니다. 그렇다고 용의자(?)를 굳이 밝힐 필요는 없어 보이지만요.

예상대로 퇴근을 늦게 하는 상사를 성토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고 합니다. 그나마 옹호하는 글은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과장들도 불쌍하다” 정도였다고 합니다.

사실 기재부의 과장(3, 4급)들, 불쌍하긴 합니다. 본인들 스스로 삼재(三災)에 걸렸다고 합니다. 보통 삼재는 9년 주기로 돌아온다는데, 이들은 2년 만에 몽땅 당했다고 하소연합니다.

세종 이전, 관피아 논란, 공무원연금 개혁이 그들이 말하는 삼재입니다. 가족들과 떨어져 사는 것도 서러운데, 퇴직 이후 취업 길은 막히고 노후 자금도 줄어들게 생겼다는 것이죠. 여기에 퇴근 안 한다고 뒷담화하는 직원들 눈치까지 봐야 하니, 당사자들은 삼재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따져볼 겨를도 없이 앓는 소리를 할만합니다.

그런데 왜 퇴근을 안 하는 걸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퇴근 후 할 일이 없다는 게 가장 큽니다.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은 서울에 있으니 만날 수 없고, 취미 생활을 하려고 해도 마땅한 게 없다고 합니다.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체육 동아리라도 하는데, 거기 끼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고 하네요. 매일 밤 술을 끼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결국 유일한 낙이 TV입니다. 어떤 과장은 드라마를 다 꿰고 있고, 누구는 케이블TV에서 방영하는 영화 감상으로 저녁 시간을 죽인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러니 누구 편을 들기가 애매합니다. 과장들이 한데 모여 “앞으로 우리 눈치 보지 말고 칼 퇴근하라”라는 공동성명서라도 발표해야 할까요?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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