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레놀은 국내에서 안전 상비약으로 팔리지만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1,500여명이 부작용 때문에 사망했다. 미국에서는 매년 의약품 오남용과 부작용 등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교통사고 사망자를 넘어섰다는 통계까지 발표됐다. 의약품 오남용 문제가 심각하지만 의약품 정보가 부족한 일반인은 광고를 통해 알게 된 정보를 믿고 약을 구입한다.
지난해 대웅제약은 ‘우루사’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피로는 간 때문이야~’라는 광고 덕에 온 국민이 챙겨 먹는 피로회복제로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사실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되는 우루사 연질캡슐(50㎎)은 만성 간질환의 간 기능개선과 간 기능장애에 의한 권태, 소화불량, 식욕부진, 육체피로 등에 효과가 있지만 간 기능장애가 없는 사람은 먹을 필요가 없다.
우루사만 그럴까. 국내 종합비타민영양제 브랜드파워 1위인 모 제약사 제품도 위험수위에 놓여 있다. 이 제약사는 지난해 TV, 신문광고 등을 통해 ‘피로물질을 풀어야 피로가 풀린다’고 강조했다. 이에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이하 건약)는 지난해 발표한 ‘의약품 광고 모티터링 사업보고서’에서 이 의약품과 관련 “제약사가 TV광고 등을 이용해 피로물질이 피곤을 유발한다고 홍보해 시청자들에게 피곤 원인이 ‘피로물질’임을 각인하고 있다”며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사실을 광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실과 다르거나 부분적으로 사실이라도 전체적으로 보면 소비자가 오인할 우려가 있는 광고 또는 소비자를 속이거나 속을 우려가 있는 광고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약품 안전에 관한 규칙’을 벗어났다는 것이다.
‘마술분말’로 알려진 모 제약사의 상처치료제 분말제품도 TV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 이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상처, 피부궤양의 보조적 부분치료에 사용되도록 승인을 받았지만 ‘톡톡 뿌리면 새살이 솔솔~’이라는 광고문구를 통해 제품이 상처 재생효과가 있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의약품은 인체에 직접적으로 작용해 건강과 생명에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에 의약품의 생물학적, 화학적 특성상 사용범위, 용량, 용법 등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치료효과의 부재는 물론 부작용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올 제약업계의 화두는 ‘윤리경영’이다. 리베이트로 얼룩진 부정적 이미지에서 탈피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기업의 생명은 소비자의 ‘신뢰’다. 과도한 마케팅으로 피해자를 기만하면서 어떻게 윤리경영을 하려는지 궁금할 뿐이다.
김치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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