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예로 든 독일·오스트리아 공무원 저항·노후 충격 최소화 초점
獨, 10년에 걸쳐 연금 격차 줄이고 10년간 깎은 보수 재정안정기금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공무원연금 개혁의 참고 사례로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꼽았다. 이 나라들의 공무원연금 개혁에서 연금 수령액을 줄이고, 지급시기를 뒤로 늦추고, 기존 수령자에게 재정안정화 기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이미 새누리당의 연금 개혁안에 반영돼 있기도 하다. 하지만 반영되지 않은 부분에서 우리가 참고해야 할 더 중요한 점이 있다. 공무원들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직기간은 오히려 늘리고, 수십년에 걸쳐 실행되도록 점진적인 개혁을 추진한 점이다. 또 개혁 후에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연금을 지급받는 등 전반적인 복지 수준이나 정부 부담 정도가 우리나라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독일, 공무원 특수성 감안 점진 개혁
독일의 공무원연금 개혁은 비교적 늦은 2000년대 들어 본격 추진됐다. 전문 직업공무원 개념이 발달한 만큼 공무원연금제를 유지하되 연금을 삭감하는 점진 개혁으로 정부 재정 부담을 줄였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독일은 공적연금이 직종별로 분리돼 있고 그 속에 공무원연금이 포함돼있다”면서 “그 틀을 유지하면서 현재 우리나라처럼 상대적으로 급여가 많았던 공무원연금을 다른 연금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다만 독일의 경우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수급액 차이가 우리나라만큼 크지 않고 공적 연금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았다”고 지적했다.
2003년 개혁 당시 독일은 연금 지급개시 연령을 62세에서 63세로 늦췄지만 동시에 재직기간을 35년에서 40년으로 연장했다. 연금급여는 2003년 퇴직 전 3년 평균소득의 75%에서 2010년 71.5%로 단계적으로 낮췄다. 여전히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유족연금 지급률은 60%에서 55%로 낮췄다.
재정안정화 방안으로 특별기금이 설치된 점은 주목할만하다. 독일은 1998년과 2003년 법률 개정을 통해 재직 공무원 보수를 약 10년간 단계적으로 삭감한 재원으로 ‘공무원연금 재정안정화 기금’을 조성해 2019년까지 15년 동안 공무원연금에 충당하기로 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독일 공무원연금은 연금보험적 성격보다 부양제도적 성격이 강해 국가가 조세로 전액 부담하는 구조”라고 우리나라와 크게 다른 점을 지적했다. 다만 그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연금을 삭감하고 재정안정화 기금을 운영한 것은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연금삭감ㆍ퇴직자 고통분담
오스트리아는 2005년 공무원연금 개혁을 실시했다. 가입 기간을 40년에서 45년으로 늘리고 연금 수령을 시작하는 연령은 60세에서 65세로 늦췄다. 65세까지 45년 동안 일하면 평균 소득의 80%를 받게 된다. 민간연금보다 10%포인트 높은 수치다. 역시 개혁을 했다고는 해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수령액이 높다.
다만 2005년 전에는 연금지급 기준이 ‘퇴직 직전 소득’이었던 것을 개혁안에 따라 ‘전기간 평균 소득’으로 바꿔 소득재분배 기능을 도입한 과정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 급여 수준이 높은 1965년 이전 출생자들은 연금을 내는 기여율이 급여의 10.25%에서 12.55%로 올랐다. 반면 1966년 이후에 태어난 공무원들은 기여율이 10.25%로 그대로 유지됐다.
또 하나의 특징은 이미 퇴직한 기존 연금수급자가 고통 분담을 위하여 연금액 일부를 재정안정화 기여금으로 내는 제도를 신설한 점이다. 상대적으로 많은 연금을 받는 개혁 이전의 수급자들에게 부과하는 것으로 새누리당 안에 반영돼 있다. 기여금은 매월 연금에서 자동 적립되고 퇴직 시점과 연금액에 따라 기여금을 떼는 비율은 1~3.04%로 차등 적용된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오스트리아는 기존 수급자들의 연금을 직접 삭감하는 대신 목적세 형식으로 기여금을 부과한 최초의 국가”라고 설명했다.
점진적 개혁과 사회적 합의
해외 사례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은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지 않고 점진적 개혁을 이룬 과정에 있다. 독일은 20년에 걸쳐 근로자와 공무원간의 연금격차를 서서히 줄인 덕에 공무원들의 저항 없이 개혁을 이룰 수 있었다. 김진수 교수는 “우리도 3번에 걸친 개혁이 이뤄졌지만 그때마다 개혁다운 개혁을 하지 못했다”면서 “연금 지급액을 당장 줄이기는 어렵기 때문에 법을 개정하고 실행을 다음 정부로 물려주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을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는 2005년 연금 개혁 이행 기간을 30년으로 설정했다. 개혁으로 깎이는 연금액을 3~8.2% 수준으로 정해 노후보장에 미칠 충격을 줄이고, 공무원이 매달 내는 보험료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라 기여율 인상은 최소한으로 했다. 대신에 근로 기간 연장을 통해 연금재정 안정화를 꾀하고, 근로 가능 기간을 최대 45년으로 연장해 근로자들이 일하면서 적정 연금액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윤석명 위원은 “두 나라 모두 각종 경과규정, 임시규정, 구제도와 신제도의 공존을 두어 최소 10년 동안 점진적으로 개혁을 이뤘다”면서 “이들 나라가 단계적인 개혁 속에 저항을 줄이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는 데 고심했다는 것을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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