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를 승인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KB사태로 비롯된 경영ㆍ지배구조 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가 은행지주사가 손보사를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미약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내정 직후부터 LIG손보 인수 승인권을 지렛대로 사외이사 퇴진을 요구해온 당국이 인수 승인 자체를 불허할 경우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회장 내정자는 LIG손보 인수를 위해 사외이사 사퇴 설득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13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은행지주사의 손보사 인수는 전례가 없는 일로 허용해주기 힘들다”고 말했다. 손보사가 보통 대기업그룹에 소속돼 계열사의 화재보험 등을 인수해주는 역할을 하며 영업기반을 확보해온 전례에 비춰볼 때, 은행지주사에 손보사가 인수될 경우 원활한 영업을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KB금융의 LIG 인수는 (KB사태의 주역이었던)임영록 전 회장이 추진했던 사안”이라며 “윤종규 회장 내정자는 원점에서 나름대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지난 8월 LIG손보를 자회사로 편입하겠다는 KB금융의 신청서를 접수하고도 “KB금융의 경영 불안정이 해소돼야 LIG손보 승인 심사가 가능하다”며 안건 상정을 미뤄왔다. 지난달 윤종규씨가 KB금융 차기 회장으로 내정되면서 승인 심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이달 첫 금융위 정례회의가 열린 12일 KB금융 사외이사들이 이사회를 열어 지배구조 개선안 마련을 의결하면서도 사퇴는 사실상 거부하면서 인수 승인 안건의 연내 상정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연말까지 금융위 승인이 나지 않으면 인수 계약은 자동으로 해지되고 KB금융은 LIG손보 대주주 측에 수십억원의 보상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뒤늦게 금융지주사의 손보사 인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 부적절한 처사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만약 부적절한 부분이 있었다면 일찌감치 문제를 삼았어야 한다”며 “이제 와서 이런 지적을 하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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