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당뇨병의 날로 매년 이맘때면 전 세계적으로 당뇨병에 관한 다양한 캠페인들이 진행된다. 특히 올해엔 식습관을 주제로 국내에서도 대한당뇨병학회 차원에서 당뇨병을 효과적으로 예방 및 관리하는데 필요한 식습관 정보들을 알리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당뇨병 예방과 관리를 위한 식습관이라고 하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양을 적게 그리고 특정 음식들을 먹지 않는 것’을 떠올린다. 실제 당뇨병 환자 중에도 이런 방식으로 식사요법을 시도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를 통해 식습관 관리에 성공하기도 하지만 꾸준히 실천하는데 어려움을 갖거나 스트레스로 인해 결국 식사요법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더 많다. 물론 당뇨병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표준체중을 바탕으로 권장되는 일일 섭취 열량에 맞춰 음식의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하지만 칼로리 섭취를 제한하는 데만 급급해 과도하게 식사량을 줄이거나 식사 자체를 거르다 보면 당뇨병 관리에 득보다 실이 크다. 굶기와 폭식이 반복될 경우 혈당의 변동폭이 커지며, 심한 경우 혈당이 급격히 낮아지는 저혈당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체적인 열량이나 특정 영양소의 섭취가 부족해질 경우 건강 자체를 헤칠 수 있다.
따라서 당뇨병 예방 또는 관리를 위해 식사요법을 챙겨야 하는 경우라면 무턱대고 식사량과 횟수를 줄이기 보다는 건강한 식단으로 매일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식사를 챙기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식단은 일일 섭취 열량 내에서 다양한 식품을 적절하게 섭취할 수 있도록 구성하되 영양소 별로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6:2:2의 비율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설탕 등의 단순당은 혈당을 급속히 상승시킬 수 있으며, 동물성 지방과 콜레스테롤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는 만큼 가급적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식습관과 관련해 진료 시 당뇨병 환자들로부터 자주 문의 받는 것 중 하나는 건강 기능 식품에 대해서다. ‘이왕이면 당뇨병 관리에 도움이 되는 것을 먹겠다’ 또는 ‘치료 효과를 본 사람이 있다는데 혹시나’하는 식의 기대를 갖고 특정 식품의 복용 여부에 대해 문의 하거나 심지어 추천을 요청하는 식이다. 특히 치료제 복용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 중에는 기능성 식품의 섭취로 약 복용을 대체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이들도 상당수이다.
당뇨병은 일단 발병하면 평생에 걸쳐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따라서 단 기간 동안의 섭취로 특효나 완치 등을 표방하는 이른바 당뇨병 특효 식품의 꾐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또 당뇨병 치료제는 반드시 복용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처방되며, 결코 특정 식품의 섭취로 치료제의 약효를 대체할 수 없다. 따라서 당뇨병 치료제를 처방 받은 경우라면 치료제를 처방 지침에 따라 제 때, 제대로 복용해야 한다.
당뇨병 치료제를 복용하는데 문제점이나 어려움이 있더라도 자의적으로 약물 요법 자체를 중단하거나 약 대신 건강 기능 식품을 섭취하는 것은 금물이다. 당뇨병 약물 요법은 환자 개개인에 맞춰 조절이 가능한 만큼 이런 문제들은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체중 증가나 저혈당 등으로 치료제 복용이 꺼려진다면 해당 부작용의 발생 위험이 낮은 치료제로, 복용해야 할 약의 개수나 횟수가 많아 복용을 잊는 실수를 되풀이하는 경우라면 하루 한 번 복용하는 복합제 서방정 등으로 처방을 변경할 수 있다.
당뇨병 관리를 위한 식사 요법은 사실 당뇨병 유병 여부와 관계 없이 모두에게 권장되는 건강한 식습관이라 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인 탓에 어쩔 수 없다’ 대신 ‘건강한 이들도 부러워할만한 건강한 식습관을 갖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식사요법을 잘 챙기고 운동요법과 약물요법을 함께 유지한다면 당뇨병 관리뿐 아니라 여생 동안 건강한 삶을 누리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권혁상 대한당뇨병학회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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