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한 경영상 필요' 추상적, 법원도 사건마다 판결 달라
5년여의 지루한 법적 공방 끝에도 원점으로 돌아온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는 우리나라의 모호한 정리해고 기준의 문제를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며 ▦해고 회피 노력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 기준 및 대상자 선정 ▦해고 방식·기준에 대한 노조와·협의 ▦일정규모 해고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 신고 등을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정리해고 요건이 구체적이지 않아 논란을 불러온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추상적인 개념이라 사건마다 판결이 달라졌다”며 “법원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도 지난해 정리해고 요건을 구체화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지만 고용부는 거부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다툼이 발생하면 법원이나 사회 상황에 따라서 융통성 있게 판단하자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우리나라는 ‘정리해고하기 좋은 나라’로 꼽힌다.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고용보호입법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집단해고에 대한 유연화 수준이 OECD 30개국 중 핀란드에 이은 2위로 평가됐다.
권혁 교수는 “우리나라의 관련 법 조항은 독일의 법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독일은 노동자가 회사 경영정보를 알고 정리해고 정당성을 사측과 합의하는 과정이 전제돼 있다”며 “기업 경영에 노사가 참여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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