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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수급 탈락 빈곤층 "돈 없어 병원 못 가"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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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수급 탈락 빈곤층 "돈 없어 병원 못 가" 37%

입력
2014.11.1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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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난방·의료 사각지대 방치

기초생활 수급자보다 더 열악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데도 부양 의무자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기초생활 수급자가 되지 못한 ‘비수급 빈곤층’의 생활이 수급자보다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수급 대상을 늘리지 않으면 ‘송파 세 모녀 자살’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3일 ‘최저생계비 이하 비수급 빈곤층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비수급 빈곤층에 대한 첫 실태조사로,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문진영 교수팀이 전국 비수급 빈곤층 300가구와 수급자 100가구를 올해 6~7월 설문조사한 결과다.

비수급 빈곤층은 소득이 최저생계비(1인 가구 월 60만3,000원) 미만이지만 부양할 사람이 있거나 보유재산이 기준(대도시 5,400만원ㆍ중소도시 3,400만원 등)보다 많아 수급자가 되지 못한 계층을 말한다. 2010년 보건복지부 조사결과 약 117만명으로 집계됐다.

비수급 빈곤층은 식사, 난방, 의료 등에서 매우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었다. 최근 1년간 돈이 없어서 식사를 거른 경험이 있는 비수급 빈곤층은 19.9%로 수급 빈곤층(11.1%)보다 많았다.

수급자들은 전기ㆍ가스요금 감면, 에너지 바우처 등 지원을 받지만 비수급 빈곤층은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다. 최근 1년간 돈이 없어 겨울에 난방을 하지 못한 경험이 있는 비수급 빈곤층은 36.8%로 수급자(25.3%)에 비해 10%포인트 넘게 많았다. 가스, 기름, 중앙난방이 되지 않는 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은 수급자(7.1%)의 두 배 가까운 13.6%에 달했다.

의료분야 격차는 더욱 심했다. 진료비, 약값 등 수급자에 대한 지원이 비수급 빈곤층에는 매우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탓이다. 최근 1년간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한 경험이 있는 비수급 빈곤층은 36.8%에 달했다. 이는 수급자(22.2%)보다 높고, 전체 가구 평균(4.3%)의 8배를 넘는 수치다. 당뇨, 고혈압, 관절염 등 만성질환이 있는데도 정기적인 진료를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은 28.5%로, 수급자(13.1%)의 두 배를 상회했다.

경제적으로 악화되는 과정에 놓인 비수급 빈곤층은 지속 빈곤에 빠진 수급자보다 자신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 더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비수급 빈곤층의 51% 정도가 ‘최근 2년간 생활수준이 더 악화됐다’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답해 수급 빈곤층(33% 수준)보다 월등히 많았다.

연구팀은 이를 자살 등 극단적 사고로 치달을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고하는 지표로 분석했다. 실제로 비수급 빈곤층의 20.2%가 ‘최근 1년간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살 등 극단적인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수급자(21.2%)와는 비슷한 수준이지만 전체 국민 자살 충동 비율(9.1%)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비수급 빈곤층은 각종 지원을 받는 수급자보다 광범위한 분야에서 박탈감을 느낄 위험이 높은 데다 신용불량 등의 요인이 더해지면 송파 세 모녀 사건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부양 의무자와 재산보유 기준을 완화하는 등 인권의 관점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적극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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