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감독-허웅 내일 첫 대결
"연패 탈출" "팀 승리"모두 절박
아빠와 아들이 마침내 한 코트에서 만난다.
전주 KCC를 이끄는 ‘농구 대통령’ 허재(49) 감독과 그의 장남 허웅(21)이 속한 원주 동부가 15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맞붙는다. 프로농구 최초의 ‘부자(父子) 대결’이다. 사실 부자 대결은 지난달 11일 시즌 첫 경기에서 펼쳐질 수 있었지만 허웅이 엔트리에서 빠지는 바람에 다음으로 미뤄졌다. 당시 허웅은 경기 전날 연세대 소속으로 고려대와의 정기전에 출전한 영향으로 전주 원정에 나서지 않았다.
허재-허웅 부자는 한솥밥을 먹을 뻔 했다. 허 감독은 9월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 지명권을 얻어 아들을 선택할 수 있었다. 때마침 팀에 필요한 포지션 슈팅가드 자리에 허웅이 딱 들어맞았다. 하지만 허 감독은 고려대 슈터 김지후(22)를 선발했다. 그러자 곧바로 후 순위 지명권을 가진 동부가 허웅을 지목했다.
허 감독은 “아버지와 아들이 한 팀에 있는 것도 좀 그렇지 않느냐”면서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동부에 가서 좋은 선수가 되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허웅은 “당연히 (호명을) 기대했지만 냉정하신 분”이라며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 내 이름으로 가치를 입증하겠다”고 다짐했다.
최근 부자의 희비는 엇갈렸다. 허웅이 뛰는 동부는 10일 울산 모비스전 패배로 7연승이 끊겼지만 여전히 9승4패 공동 3위로 잘 나가고 있다. 팀 상승세 속에 허웅은 지난달 26일 서울 삼성전부터 최근 7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며 팀 내 입지를 확보했다. 1일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는 프로 데뷔 이후 최다 16점을 넣었고, 10일 모비스전에서도 12점을 올렸다. 김영만(42) 동부 감독은 “허웅의 돌파 능력 하나만큼은 아버지를 연상시킨다”고 칭찬했다.
반면 허 감독이 이끄는 KCC는 최근 3연패 중이다. 최장신 센터 하승진(221㎝)이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해 우승 후보로까지 지목됐지만 5승9패로 6위에 머물고 있다. 공동 8위 부산 KT, 서울 삼성과도 0.5경기 차이에 불과해 여기서 더 물러섰다가는 하위권으로 추락할 수 있다. 허 감독은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 “팀 수비로 아들을 막아보겠다”고 말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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