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주교 교류모임서 고로 주교 "책임 통감"
“일본이 사죄하지 않으면 우리의 고통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예요.”
마쓰우라 고로 일본 오사카대교구 보좌주교의 마음에 박힌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의 말이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주교 20여명이 10일 경기 광주시 퇴촌면의 나눔의집을 방문했을 때 들었다며 13일 한일주교교류모임을 마치면서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소개했다. 그는 “몸과 마음 속에 박힌 상처가 지금까지도 괴롭히고 있고 일본의 사죄가 없다면 그 고통이 계속되리라는 할머니의 말씀이 마음에 남았다”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11일부터 한국에서 열린 제 20회 한일주교교류모임의 주제는 ‘국가주의를 뛰어넘는 복음적 삶’이었다. 양국 주교들은 본행사 전 나눔의집 방문을 시작으로 토론회, 통일전망대 방문, 새터민과의 만남 등의 일정을 치렀다.
일본 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오카다 다케오 대주교(도쿄대교구장)는 “일본은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고 있지 않아 한국과 다른 역사관을 갖고 있다”며 “안중근의사기념관 방문 등으로 큰 가르침과 깨달음을 얻고 간다”고 말했다. 오카다 대주교는 “일본의 청소년들에게 이런 (배우지 못하는) 역사를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장)는 “개인이든, 국가든 만나서 대화하면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며 “일본 주교들도 막연히 알았던 지식의 한계를 넘어서 과거사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는 “이번 모임으로 양국 주교들이 역사의 진실 앞에 숙연해졌다”며 “향후 교회의 미래인 신학생까지 교류의 폭을 넓혀 올바른 과거사 인식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모임은 1995년 한국의 이문희 대주교와 일본의 고 하마오 후미오 추기경이 마닐라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정기총회에서 의기투합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이날 양국 주교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최근 동북아에서 영토 문제, 역사 인식의 차이로 인한 갈등과 격돌로 국가주의가 고양되고 군사적 긴장도 높아가고 있다”며 “양국과 아시아, 세계의 평화를 위해 한층 진력할 책무를 공감하고 확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핵발전소와 환경문제 등은 정치 문제가 아니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양국 주교들이 더욱 깊이 있게 연구하고 함께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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