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불 머리 위 冠이 학사모 닮아 매년 대입철이면 학부모로 북적
오늘 오전 8시40분에 시작해 수험생 쉬는 시간엔 휴식하며 시험 끝나는 오후 5시까지 기도
팔공산 갓바위는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철이면 전국에서 몰려드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대구시와 경북 경산시의 경계인 해발 830m의 관봉 정상에 있는 갓바위는 ‘소원 한가지는 들어준다’는 기복신앙지로, 특히 갓바위 석불의 머리 위에 있는 관(冠)이 학사모를 닮아 대입 기원에 영험함이 있다고 알려져 입시생을 둔 학부모들이 줄지어 찾는다.
올해 수능일인 13일 이곳 갓바위에선 수험생 학부모들이 자녀들 시험시간표에 맞춰 기도를 올리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1교시 시험이 시작되는 오전 8시 40분이면 갓바위를 관할하는 선본사의 스님 9명이 갓바위에 올라 학부모들과 함께 기도를 드린다. 이들은 갓바위 석불 앞에서 ‘천수경’과 ‘약사여래불’ ‘반야심경’ 등을 외며 기도를 이끈다. 1교시 시험이 끝나는 오전 10시, 갓바위의 기도도 휴식에 들어간다. 시험 일정과 똑같이 30분간 쉬고는 2교시 기도를 시작한다. 수능에선 각 교시별 시험 과목이 달라지지만 갓바위 수능기도는 매 교시 ‘천수경’ ‘약사여래불’ ‘반야심경’ 등을 외는 것이 똑같이 진행된다.
낮 12시 1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전국 수능시험장과 갓바위 모두 점심시간이다. 20분 거리인 선본사까지 내려와 식사를 할 수도 있지만 자녀들을 걱정하는 마음에 불상 앞을 떠나지 못하는 학부모들을 배려, 사찰 측은 찹쌀떡을 나눠주기로 했다.
시험 종료인 오후 5시까지 계속되는 이날 기도 행사에는 대입 수험생을 둔 학부모와 다른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등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선본사 측은 “간절한 마음으로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갓바위는 이렇게 수능 시험시간에 맞춰 기도를 올리는 것 외에도 ‘수능등’을 밝히거나 24시간 기도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변신했다.
지난해 12월 선본사 주지로 임명된 성본 스님은 갓바위에 처음으로 수능등을 달았다. 수능 100일 전부터 갓바위를 찾은 사람들은 수험생 이름과 희망 대학을 적은 연등을 달며 합격을 기원하고 있다. 예전에도 한밤중이나 새벽에 갓바위를 찾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스님이 항상 계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직장인이나 먼 지역 사람들이 언제든지 갓바위를 찾아와 스님의 육성 염불에 맞춰 기도를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갓바위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8,9일 주말에는 3만5,000여 명이 ‘대학 합격’을 기원하며 갓바위를 찾았다.
경산=글ㆍ사진 배유미기자 yu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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